중국 환율에 영향 수출증가 한계 
신흥국 유동성 위기 직면할 수도
“이미 충격 받아와 심각한 사태 없을 것”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수출에 상당한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17일 무역협회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내경제와 수출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인상이 중국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불안요인과 맞물려 리스크가 증폭될 경우 신흥국의 경기를 크게 위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흥국의 경기 불안은 우리나라의 신흥국으로의 수출이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품목별로 살펴보면 신흥국 시장에 주로 진출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제품, 자동차와 관련부품 등의 수출둔화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무역협회는 산유국에 대한 수출 하락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금리인상이 달러화로 결제하는 국제유가의 하락세를 가속화한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금리인상이 세계 경제 전체에 미칠 영향은 “충격이 크지 않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단기적으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는 등 외환 건전성이 안정적으로 개선됐고 이에 다른 신흥국보다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무역협회는 전했다.

◆中 위안 가치하락→신흥국 수출둔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중국은 자국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위안의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가 환율을 결정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지난 8월 이후 위안 가치를 달러 대비 4% 떨어뜨린 바 있다. 중국이 위안 가치를 떨어뜨리면 중국에 원자재·부품 등을 수출하는 신흥국들은 수출이 둔화될 수 있다.

올해 들어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하락했지만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신흥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5% 줄어, 금융위기 때(2008~2009년) 보다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수출 감소 국가는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주요 국가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어 광범위했다. 한국도 지난 9월과 10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3%, 15.8% 감소했다.

외신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신흥국들은 통화 약세에 더불어 부채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 시장 민간 부문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05% 수준이라고 롬바르드스트리트리서치를 인용해 전했다. 이에 일부 신흥국 기업의 경우 통화 약세 영향으로 부채를 갚기 어려워지는 악순환 현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각국의 가계 대출 증가도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이 신흥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FRB가 2013년 12월부터 테이퍼링(점진적 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한 뒤부터 신흥국 경제는 이미 충격을 받아왔기 때문에 심각한 충격은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브라질 중앙은행 국제업무 담당 국장 토니 볼폰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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