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가계대출 잔액 추이. (자료제공: 한국은행) ⓒ천지일보(뉴스천지)
은행권, 일제히 대출규모 절반가량 축소
주담대 심사 강화여파
신용대출 상환부담↑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내년 가계부채 상환에 대한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상환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다.

올해 1~11월까지 매달 가계부채 증가폭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7월에는 누적 가계부채가 600조원을 넘어섰고, 카드빚까지 포함하면 가계부채는 1166조원(3분기 말 기준)에 달한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다.

정부는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와 동시에 신규대출들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분할상환’을 장려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은 내년 가계대출 규모를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기조에 맞게 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한 행보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금액은 늘어나는데 자금줄은 마르게 되는 셈이다.

◆대출목표치 3~5%대로 하향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3~5%대로 내려 잡았다. 올해 평균 10%(안심전환대출 유동화 포함) 넘게 증가한 걸 고려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내년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관리 강화 영향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가계대출(안심전환대출 포함)이 전년 대비 19.8%(16조원) 증가한 우리은행은 내년 목표치를 4.3%(4조원) 수준으로 잡았다. KB국민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인 11.4%(12조 7000억원) 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4~5%의 증가율을 목표치로 잡았다. KEB하나은행은 3.5%(3조원) 수준으로 증가 목표치를 설정했다. 올해 가계부채 증가폭은 전년 대비 7.2%(5조 5000억원), 안심전환대출 유동화분 포함 시 13.2%(10조 4000억원)였다. NH농협은행도 올해보다 2.1%p 낮은 5.9%(4조 3000억원)로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설정했다. 올해 17%(13조 3000억원) 증가율을 보인 신한은행 역시 정확한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내년 가계대출 증가목표치가 올해보다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서민 부채상환 부담 가중

앞서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는 이자만 갚는 주담대는 차단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신규 주담대는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하는 ‘분할상환’이 기본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 기조가 분할상환으로 바뀌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가계들의 상환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은행들은 일찌감치 대출자들에게 분할상환 방식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거나 원금상환비율을 높이고 있다.

직장인 A씨(33)도 얼마 전 은행으로부터 은행의 정책 변화에 따라 원금상환 비율을 높이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목돈 마련이 어렵다는 상황을 설명해 원금상환 비율은 유지했지만, 연장 기한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주담대에 한정된 정책이라고 하지만 결국 일반 신용대출까지 ‘상환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A씨는 “분할상환을 못 하면 이렇게 원리금상환 비율을 높이거나 연장기한을 줄이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수입은 내년에도 그대로인데 갚아야 할 돈만 늘어가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대출금리 인상까지 겹치게 되면 가계대출 시장을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 같은 변화로 취약계층에서 집단적인 부실이 발생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현 상황으로 원리금상환에 대한 부담이 늘 경우 서민들이 대부업 등 고금리로 빠지면서 가계가 더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서민금융 정책을 재정비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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