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치고 정론관을 빠져나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새누리당 내에서 ‘안철수 경계령’이 확산하고 있다. 안 의원의 탈당에 따른 야권의 분열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뒤로하고 중도층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그간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새누리당이 안 의원에 대한 공세로 전환하는 흐름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개혁과 정당개혁을 하겠다는 말만 앞세우고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무차별적 비판만 쏟아내는 게 안 의원이 한 일의 전부”라며 “이런 안철수식 정치야말로 새 정치가 아니라, 우리 정치에서 철수돼야 할 구태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총선이 120일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이 짧은 기간에 창당은 언제하며, 전국 곳곳의 현안을 파악해 국민이 원하는 정책과 공약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 16일 박 대통령을 겨냥해 “국정에 대한 무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국정의 무능을 걸핏하면 국회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은 중도층 이탈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내년 4월 총선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안철수 신당이라는 3파전으로 흘러갈 경우, 여당 지지세력의 이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유권자 30~40%에 달하는 중도 성향의 부동층이 신당 쪽에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과 맞물린다.

친박인 홍문종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야권 분열로 여당이 땅 짚고 헤엄치게 된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혐오나 염증을 느끼는 분들이 갈아 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여당이 느껴야 한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비박인 정병국 의원은 “안철수 신당이 생기면서 중간층이 생겼다”며 “합리적인 보수나 중도층이 이탈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여당에게 엄청난 경고”라고 했다. 이어 “정치 불신은 야당에게만 책임이 있는 게 아니다. 집권여당에게 더 무한책임이 있다”며 “새누리당이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뼈를 깎는 개혁을 해야 한다. 그 출발은 공천”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또 공정한 공천 룰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안철수 신당에 눈을 돌리는 이탈세력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이는 새누리당이 안 의원의 탈당에 따른 여론의 흐름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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