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매월 기준금리 결정을 위해 진행되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회의 횟수를 연간 8차례로 축소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금융통화정책 결정 추세에 맞춰 우리도 분기 지표를 반영한 중장기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1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이 지난달 12일 열린 금통위에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예를 보면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연 8회 개최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논의되던 한은 금통위의 회의 개최 횟수 축소문제와 이를 어떻게 축소할지 구체적 방안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해 가능하면 연내 마무리 짓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간 한은도 해외 주요국 사례 등을 고려해 횟수 축소를 내부적으로 검토해왔지만 금통위 회의에서 이런 문제를 공식 제안한 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금통위 논의를 거쳐 이날 넷째 주에 열리는 비통화정책 관련 금통위에서 축소에 대한 방안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연내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면 내년부터 적용될 가능성도 있지만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 2017년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금통위는 매년 12월에 내년도 금통위 회의 일자를 결정한다.

한은은 현재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목요일 오전 9시에 각각 개최하고 있다. 둘째 주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를 하고 넷째 주는 이외 공개시장조작 등 주요 안건을 다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6주에 1차례, 즉 분기에 2차례씩 연 8차례를 개최하는 게 보편화되고 있다. 매월 바뀌는 월간 경제지표에 연연하기보단 중장기적 분기별 경기흐름을 보면서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간 신중했던 유럽연합(EU)과 일본은행도 6~8주마다 열리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일정에 맞춰 통화 결정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최근 이 방식을 채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부터 한 달 대신 6주 단위로 회의를 개최하고 있으며, 지난 6월엔 일본은행이 내년부터는 회의 횟수를 14회에서 8회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통위 횟수 감소가 중앙은행과 금융시장 간의 소통기회를 더 줄여 통화신용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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