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국회에서 열린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부인 손명순 여사와 아들 현철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이 분향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국회의사당서 영결식 거행
유족·전직 대통령 등 참석해
9선 의원 마지막 국회 등원
‘청산에 살리라’로 고인 추모
서울현충원 내 묘역에 안장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민주화 투쟁에 평생을 헌신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6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 잔디광장에서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경건하고 엄숙히 진행됐다.

영결식은 오후 1시 55분 조악대의 조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의 운구차가 영결식장에 서서히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최다선 9선 의원의 마지막 ‘국회 등원’에 양옆에 도열한 의장대는 ‘받들어 총’으로 예를 표했고, 조문객들은 모두 일어나 숙연한 분위기로 김 전 대통령을 맞았다.

영결식장에는 부인 손명순 여사와 차남 현철씨 등 유가족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헌법기관장, 주한 외교사절, 각계 대표와 시민 등 70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유지를 기렸다.

김동건 전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오후 2시에 시작된 영결식은 국민의례에 이어 장의집행위원장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고인 약력소개,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조사,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추도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황 총리는 조사에서 “김 전 대통령은 평생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정치 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우리 국민과 더불어 민주화의 길을 걸었다”면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대통령의 발자취를 우리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이 염원했던 평화롭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오늘의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며 “남북 분단을 극복해 통일의 길을 열고 경제·사회 각 부문의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통해 경제재도약을 반드시 이룩하겠다. 또 이념과 종교, 지역과 계층의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목이 멘 채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민권을 위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치신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사셨다”며 “대통령님의 생애는 시련과 극복, 도전과 성취의 대한민국 민주헌정사 그 자체였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김 전 의장은 “대통령님을 모시고 정치역정을 함께 해온 많은 후배동지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이 나라의 정치를 바로세우고 님께서 염원하셨던 상생과 통합, 화해와 통일의 그날을 반드시 실현해낼 것이다. 참으로 수고 많으셨다. 정말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기독교·불교·천주교·원불교 등 4개 종단의 종교의식이 진행된 뒤 김 전 대통령 재임 시 업적이 담긴 영상이 5분간 상영됐다. 영상은 1993년 14대 대통령 취임식, 유신정권에 대한 저항, 민주화를 요구하며 강행한 23일간의 단식투쟁, 대통령 직선제 개헌 쟁취, 3당 합당, 문민정부 개막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유족을 시작으로 헌화와 분향도 진행됐다. 손 여사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헌화했고, 차남 현철씨는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국화 한 송이를 올린 뒤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 채 걸어나왔다.

추모공연에서는 바리톤 고성현 한양대 교수와 국립합창단, 구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청산에 살리라’를 부르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 노래는 2010년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83번째 생일잔치에서 ‘축하노래’로 요청했을 만큼 평소 좋아하던 곡으로 알려졌다.

육·해·공군 조총대가 조총 3발을 쏜 뒤 사회자가 “이제 김 전 대통령을 영원히 보내드려야 할 것 같다. 이제 고단한 삶을 내려놓고 부디 평안히 영면하시길 빌어주길 바란다”며 폐회를 알렸다.

눈발이 날리는 영하권의 날씨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추모객은 국회 정문을 빠져나가는 김 전 대통령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김 전 대통령의 유해는 국립서울현충원 내 264㎡ 규모로 조성된 묘역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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