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정(樓亭)에 앉아 시 한 수 읊어보실래요”
“누정(樓亭)에 앉아 시 한 수 읊어보실래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서울 종로구 청운동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청운문학도서관 ⓒ천지일보(뉴스천지)

한옥 입은 청운문학도서관… 사색의 공간으로 안성맞춤
자연과 벗하며 한 시름 내려놓을 수 있는 이색적인 공간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서울 종로구 청운동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청운문학도서관은 2014년 11월 19일 개관한 최초의 한옥 공공도서관이다.

청운동과 사직동 사이에 있는 2.4㎞ 길이의 인왕산 자락길은 길 자체가 ‘문학적’이다. 이 길 초입에 자리 잡은 윤동주문학관을 지나, 시인의 언덕을 넘으면 작은 숲 사이로 아담하게 자리 잡은 한옥이 보인다.

양옥과 한옥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청운문학도서관은 그 이름에서 읽을 수 있듯, 옛 문인들의 향기가 남아 있는 지역 특성을 활용한 문학 특성화 도서관이다.

개관한 지 이제 1년. 깨끗하고 잘 정돈된 도서관은 회색빛 건물 안에 들어선 도서관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부터가 다르다. 바쁜 일상 중에 잠깐의 여유를 갖고 찾는 만큼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에 핀 꽃 한 송이, 담장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넝쿨은 잠시 숨을 고를 여유를 준다.

나뭇잎을 스치며 부는 바람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듯 귓가를 간질이고,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려는 듯 절로 느려지는 발걸음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을 때쯤 마주치는 곳. 바로 청운도서관이다.

종로구가 추진하고 있는 인문학벨트·문학 둘레길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세워진 도서관은 인왕산의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기 위해 한옥으로 지어졌다. 한옥 지붕은 숭례문을 복원할 때 쓴 기와와 같은 가마에서 구운 것이며, 담장에 얹은 3000장의 기와는 돈의문 뉴타운 개발 현장에서 나온 것을 재사용했다.

네모난 건물 안, 네모난 방들. 마치 정해놓은 듯 비슷한 구조를 가진 도서관과는 달라도 많이 다른 이곳. 자연을 벗 삼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명상에 잠기니 머리와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던 시름도 내려놓을 것만 같다. 서양식으로 지어진 아래층 열람실에는 9000여 권의 책이 구비돼 있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나온 작품을 포함해 이곳에 구비된 서적의 대부분은 문학서다. 물론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존’도 있다. 한옥으로 지어진 위층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유유자적’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평온한 풍경이 펼쳐진다.

작은 연못 위에 지어진 누정(樓亭)은 ‘시 낭송 감상실’이다. 김미숙, 오미희, 윤형주, 유동근 등 스타들이 읊어주는 우리 시(詩)는 한옥의 운치를 더한다. 감상실 안에 놓인 ‘시 항아리’에는 윤동주, 이상, 김소월, 한용운 등 유명 시인의 시가 쓰인 두루마리들이 담겨 있다. 눈을 감고 손을 뻗어 두루마리 하나를 뽑아 누군가 나에게 선물하는 시 한 수를 읊어보는 것도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공공건축물로는 드물게 문학의 향기와 한옥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곳. 삶의 무게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찾는다면, 아마도 쉼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