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여파가 점차 축소되고 최근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 실시로 내수가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 보이는 만큼 그동안 추진한 금리인하의 효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과 10월, 올해 3월, 6월에 0.25%p씩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 총재는 “소비는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나서 소비 활성화 대책이 이뤄진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개별 소득세 인하와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 정책이 민간 소비 회복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득 여건을 고려하면 소비의 개선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고 노후 소득 불안 등 구조적 제약요인이 있어서 소비가 본격 회복세를 나타낼지는 좀 더 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저금리 지속으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점도 금리인하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동결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 13일 한은이 발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올 8월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9조 8000억원 증가해 773조 100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6조 2000억원 증가했고 기타 대출이 1조 6000억원 늘었다.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은 2조원(주택담보대출 5000억원, 기 대출 1조 5000억원) 증가했다. 9월 은행권 기업대출도 5조 7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성장 부진, 뒷걸음치는 한국 수출,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을 고려해 금리를 한번 더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우리나라 수출은 올 들어 9개월 연속 감소세다. 특히 지난 8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나 급감했다. 수입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12개월째 줄고 있다. 또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전 추가 인하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달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를 동결하자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경기가 예상 경로대로 가고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 유보에 따른 추가 인하 가능성을 부인했었다. 또 “(통화정책은) 국내 물가 안정, 금리 안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데 있다”며 “미국 기준금리뿐만 아니라 국내외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보고 거시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