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의대 교수 동참
100여명 가까이 사표 낸 곳도
고려대 교수 단체 사직서 제출
政 “증원으로 의료개혁 완수”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의대 교수들이 예정대로 집단 사직서 제출을 시작한 2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의대 교수들이 예정대로 집단 사직서 제출을 시작한 2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25.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의 의료계에 대한 ‘대화’ 제의에도 불구하고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현실화됐다.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미루기로 했지만, 의대 교수들은 ‘2000명 증원 백지화’와 ‘원점 재검토’가 대화의 선결 조건임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미 100명 가까운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도 있다. 일부 의대는 총회를 열고 ‘일괄 사직’에 가까운 형태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대부분에서 이날 소속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거나, 사직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대 교수들은 전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간담회 결과에 대해서도 “알맹이가 없고 공허하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이다.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며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는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19개 대학이 참여했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다른 의대 교수들도 조만간 사직서 제출에 동참할 예정이거나,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교수들의 뜻을 모은 상태이다.

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2000명 증원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전공의에 대한 사법적 조치를 거두고 명예를 회복할 것 ▲정부와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가 함께 협의체를 마련할 것 ▲의대 정원을 비롯한 의료정책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수립할 것을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경우 근무 중인 순천향대 의대 교수 233명 중 93명이 이미 교수협의회에 사직서를 낸 상태로 전해졌다. 고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안암·구로·안산)의 전임·임상교수들은 이날 아침 안암병원 메디힐홀·구로병원 새롬교육관·안산병원 로제타홀에서 각각 모여 온라인 총회를 연 뒤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의교협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위기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오늘부터 주 52시간 근무와 자발적 사직, 외래 진료 축소를 예정대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4.03.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의교협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위기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오늘부터 주 52시간 근무와 자발적 사직, 외래 진료 축소를 예정대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4.03.25.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오후 의대학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할 예정이다. 연세대 원주의과대학에서도 교수 정원이 10명인 필수의료과목에서 8명이 지난주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의 교수 비대위는 이날 사직서를 모아서 26일 대학에 제출할 예정이다. 가톨릭대의대 교수들은 26일 회의를 열어 사직서 제출 일정 등을 논의한다.

전의교협은 사직서 제출에 전국 40개 의대 중 “거의 대부분이 동참한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에 의한 입학 정원과 정원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이번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과 주 52시간 근무 등은 예정대로 오늘부터 진행한다”고 밝혔다.

의사들이 ‘2000명 증원’ 철회를 촉구하며 사직서 제출을 강행하고 있지만, ‘2000명 증원’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빠른 시간 내에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면서도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의대 증원’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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