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지원 대부분 직장인 대상
정부 근로시간 단축제 활성화
자영업자 비중 OECD 중 7위
근로시간, 직장인보다도 많아
획일적 저출생 지원 지적 제기

서울의 한 시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 모습. 2023.4.3 (출처: 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 모습. 2023.4.3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올해 우리나라 연간 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600만명 자영업자에 대한 ‘출산·육아 정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동수당·부모급여 등 정부가 시행하는 저출생 지원·대책 중 자영업자가 수혜자인 정책을 찾아보기 힘들면서다.

◆육아 단축근무 ‘동료수당’ 지원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성화를 위해 ‘동료 수당’을 지급한 중소기업 사업주는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2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제공하도록 했다. 업무 부담이 커진 동료에게 보상을 지급하도록 유도해, 눈치를 보지 않고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8세(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가 최대 1년간 주당 근로시간을 15~35시간으로 줄일 수 있는 제도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거나 일부 기간만 사용하면 미사용 기간을 더해 최대 2년까지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근로자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주 10시간 이상 사용하고, 사업주가 동료 근로자에게 일정한 보상을 지급하면 근로자 1인당 월 20만원을 사업주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중소기업 사업주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30일 이상 허용할 경우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의 정부 지원금도 별도로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근로자의 소득 보전을 위해 지급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혜택도 확대했다. 기존에는 주 5시간 단축분까지 통상임금 100%(월 기준급여 상한액 200만원)를 적용하고, 이후 시간은 통상임금 80%(상한액 150만원)를 적용했으나, 앞으론 주 10시간 단축분까지 통상임금이 100%로 적영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외에도 정부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활성화를 위해 사용 대상 자녀 나이를 12세(초등학교 6학년) 이하로 확대하고, 부모 1인당 사용 기간도 최대 24개월에서 최대 36개월까지 연장하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자영업자 대상 육아정책은 ‘실종’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규모에 비해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저출생 대책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기준 자영업자는 628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중 22.4%에 달했다. 이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143만 6천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407만 9천명, 자영업자의 가족으로 일하는 무급가족종사자 76만 9천명을 합한 것이다.

자영업자 비중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상위권이었다. 지난 2022년 기준 자영업자 등 비임금 근로자 비중은 관련 통계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7위를 차지했다.

자영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큼에도 출산·육아 정책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 육아정책 대부분이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되는 육아휴직·급여, 출산전후휴가 급여는 고용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고용보험 미적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출산급여가 2019년부터 시행됐지만 이마저도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자영업자나 실업자 등은 받을 수 없다.

출산휴가·급여 역시 지난 2019년부터 1인 자영업자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1명이라도 고용하면 지원이 제한된다.

OECD 국가 대다수가 출산휴가 급여 자격 기준을 건강보험 가입 여부로 하는 것과 상반되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경제활동 여부를 기준으로 자격이 주어지는 고용보험보다 통상 가입자가 더 많다.

◆자영업자 줄곧 사각지대 방치

정부 지원으로 육아휴직·출산휴가 급여 혜택이 확대된 반면,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한 구조는 바뀌지 않으면서 자영업자가 줄곧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도 육아를 위해 일을 쉬어야 할 때가 있으나 일을 못 해 소득이 줄면서 자영업자의 손해로 결부된다는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육아 도우미가 필요한 시간대가 대부분 어린이집 등 돌봄 시설이 문을 닫은 저녁이나 주말이라는 점에서 육아 고통이 배가되는 것이다.

임금근로자보다 긴 근로시간도 일과 가정을 함께 돌보기 어렵게 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22년 8월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취업자 163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고용 형태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주당 평균 41.5시간 일해 가장 근로시간이 길었다.

정규직과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0시간가량 일했다. 근로 시간이 대체로 정해져 있다는 비중은 정규직(92.0%)에서 압도적으로 높았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56.4%)나 무급가족 종사자(32.4%)는 낮았다.

주말 근무도 차이가 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주말 근무를 하지 않는 비중이 각각 69.7%, 62.5%로 다수였다. 반대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60.5%,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57.9%가 주말 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영업뿐만 아니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시간제 등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획일적 저출생 대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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