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부산을 비롯한 경남에서는 말똥성게를 ‘앙장구’ 또는 ‘운단’이라고 하며 ‘섬게’라고도 한다.

이 ‘앙장구’는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가 제철이다.

보라성게, 분홍성게, 말똥성게 등은 생식선에 독특한 향기가 있어 날것으로 먹거나 젓갈을 담가 술안주나 반찬으로 먹는다. 맑은 바다에서 잡은 것은 바로 갈라서 먹을 수 있다. 누런색에 짭짤하고 달달하면서도 약간 씁쓸한 맛이 있는 생식소는 생으로 먹거나 초밥이나 덮밥에 얹어 먹기도 하며 죽을 끓여 먹기도 한다.

항구 도시인 부산에서는 말똥성게의 생식소를 우리 전통음식인 비빔밥 문화에 적용해 ‘앙장구 밥’을 만들어 먹는다.

가을이 되면 큰 대접에 주황색 말똥성게알이 올라간 밥에 김 가루를 뿌려 참기름에 쓱쓱 비벼 먹는다.

바다 향 물씬 나는 고소한 앙장구 밥은 맑은 미역국과 잘 어울린다.

조선 후기 실학자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는 성게를 ‘해구(海毬)’ 또는 ‘해위(海蝟)’라 한다.

19세기 초 조선시대 후기 순조 14년(1814) 정약용의 형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성게를 ‘율구합(栗毬蛤)’ ‘승률구(僧栗毬)’라고 했는데, 이는 밤송이 모양의 조개라는 뜻이다.

성게가 먹이를 씹어먹는 부분인 입 부분의 석회질 골격을 ‘아리스토텔레스의 등(Aristotle’s lantern)’이라고도 하는데,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성게의 입 부분을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기면서 성게의 이빨을 불을 밝히는 등처럼 생겼다고 묘사한 데에서 유래했다.

보통 성게알이라고 부르는 성게의 생식소는 식용으로 하는데, 이 생식소는 날 것 그대로 먹거나 젓갈을 담가 먹기도 한다. 암컷의 생식소를 ‘난소’, 수컷의 생식소를 ‘정소’라고 하는데 난소가 정소보다 노란색이 좀 더 진하다. 식용으로는 보라성게와 둥근성게, 말똥성게가 주로 쓰이는데, 보라성게와 둥근성게는 산란기 직전인 5월 초에서 7월 말 사이에, 말똥성게는 늦가을에서 겨울철에 가장 맛이 좋다.

많고 많은 해산물 중에서도 손꼽히는 진미. 가시가 난 껍질을 까면 생선알 같이 생긴 주황색 소가 나오는데 알갱이가 뭉쳐 있는 듯이 생겨서 성게알로 부른다. 사실 알이 아닌 알을 만드는 생식소이다. 보라성게는 생식소의 색이 좀 더 흰 편이고 맛이 부드러운 반면, 말똥성게는 주황색에 가까우며 맛이 고소하면서 진하다.

신선한 성게는 쓴맛이 거의 없다. 살을 발라내 파는 성게는 그대로 두면 녹아내리기 때문에 보존을 위해 명반을 첨가한다. 때문에 가게에서 쓰는 깐 성게 살은 대부분 쓴 맛이 난다는 것이 대중적인 인식이다. 

진정한 성게의 맛을 느끼려면 명반 처리를 한 성게알이 아닌 방금까지 살아 있던 것을 까서 먹어야 한다.

보통 쓴맛이 나는 성게는 아랫급으로 치지만, 진짜 질이 낮은 성게는 쿰쿰한 향이 난다. 싸구려 식당이나 수산물시장에서 싼 성게를 구매하면 모든 성게에게 쿰쿰한 맛과 냄새가 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맛있는 앙장구 밥을 만들어 먹으려면 신선한 성게를 구매해야 할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성게를 해담(海膽)이라고도 부른다. 수분, 단백질, 지방, 비타민B군과 마그네슘, 칼슘 등이 풍부해 결핵에도 좋다고 한다. 영양이 부족한 어린이나 고열량 섭취가 필요한 노약자, 환자들의 영양식으로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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