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와의 대화’ 처음 신설… 사회공헌 이해·체험 부스도
반도체연구소 2배로… 올해 매출 2022년 수준 회복 전망
‘7만원대 주가’로 주주 불만… “주가 제고에 최선 다할 것”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4.03.20.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4.03.20.

[천지일보 수원=김정필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0일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면서 미래 핵심 키워드인 인공지능(AI), 고객 경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의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이날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 인사말을 통해 “다양한 신제품과 신사업,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조직과 추진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또 “올해는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AI 시대 본격화 등 차세대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도 증가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성장사를 돌아보면 근원적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전자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기에 대응함으로써 새롭게 도약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서는 “지난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주주환원 정책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2023년 기준으로 연간 9조 8000억원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주주 중시 경영 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20.

◆ 주총서 안건 모두 원안 의결

주주와 기관투자자 등 6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주총에서는 한 부회장의 인사에 이어 안건 심의와 표결, 경영 현황 설명 등이 진행됐다.

안건으로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조혜경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비롯해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의 안건이 상정됐다. 주총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안건 심의 과정에서는 주주들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주가가 낮다며 다양한 주주가치 향상 방안에 대해 따져 물었다.

한 주주는 “최근 SK하이닉스는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주가 흐름이 7만원대로 지지부진하다”고 추궁했다. 이에 한 부회장은 “주가가 주주님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 주주 여러분께 사과 말씀드린다”며 “주가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올해 반도체 시황이 IT 수요 회복에 기대되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도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배당도 적으면 어떡하느냐”며 “경영진이 주주들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를 향해 인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를 향해 인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20.

◆ “2~3년내 반도체 1위 되찾을 것”

한 부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각각 디바이스경험(DX)과 DS 부문의 경영 현황과 2024년 사업전략을 공유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지난해 15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반도체 부문의 수장인 경 사장은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경 사장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크게 성장한 63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DS부문의 매출도 2022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올해 본격 회복과 성장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를 되찾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20.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텔에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7.5% 줄어든 399억 달러로, 인텔(487억 달러)에 이은 2위였다.

경 사장은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메모리의 경우 12나노급 32Gb(기가비트) DDR5 D램를 활용한 128㎇(기가바이트) 대용량 모듈 개발로 시장을 선도하고, 12단 적층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기반으로 HBM3와 HBM3E 시장의 주도권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경 사장은 “D1c D램, 9세대 V낸드, HBM4 등과 같은 신공정을 최고의 경쟁력으로 개발해 다시 업계를 선도하고 첨단공정 비중 확대와 제조 능력 극대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4.03.20.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4.03.20.

반도체연구소는 양적·질적 측면에서 2배로 키울 계획이다. 연구 인력과 R&D(연구개발) 웨이퍼 투입을 지속적으로 늘려 첨단기술 개발의 결과가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되도록 할 방침이다.

경 사장은 “삼성전자 DS부문은 V낸드, 로직 핀펫(FinFET),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등 초일류 기술을 통해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업계 내 독보적 경쟁력을 갖춰 왔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을 선행해서 도전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기흥 R&D 단지에 20조원을 투입해 미래 경쟁력을 꾸준히 축적한다는 방침이다.

한 부회장은 모든 삼성 디바이스를 AI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는 “스마트폰 등 갤럭시 전 제품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일반 가전제품을 지능형 홈가전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며 “전사적 AI 역량을 높여 차세대 전장 로봇, 디지털 헬스 등 신사업 육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 녹스를 기반으로 한 개인 정보보호와 보안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응원메시지 존에서 응원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4.03.20.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응원메시지 존에서 응원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4.03.20.

◆ ‘주주와의 대화’ 처음 마련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을 비롯해 각 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 13명은 사업전략 발표 직후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통해 구체적인 사업 현황, 전략 등 주주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변했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작년에 적자를 기록했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렇게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이유가 무엇이고, 올해는 어느 정도로 개선이 될 것인지 답변해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경 사장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업황의 다운턴도 있었고 저희가 좀 준비를 못 한 것도 있었다”며 “근원적인 경쟁력이 있었더라면 시장과 무관하게 사업을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사업적으로 보면 올해 1월부터는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고 생각한다”며 “이 자리에서 액수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미국 인텔의 1.4나노 공정 계획 발표가 삼성전자에 위협적인지를 묻는 주주 질문에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1.4나노 개발은 TSMC, 인텔, 삼성전자 모두 로드맵에 포함된 내용”이라며 “특정 경쟁사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나 판단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인텔과 비교하면 우리는 중앙처리장치(CPU)뿐 아니라 모바일 AP, 시스템온칩(SoC), 그래픽처리장치(GPU), 오토모티브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공급한 파운드리 필드 레코드를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하트하트’의 클래식 공연을 즐기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4.03.20.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하트하트’의 클래식 공연을 즐기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4.03.20.

◆ 상생마켓에 클래식연주도

삼성전자는 주주들이 삼성전자의 대표 사회공헌과 상생 활동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도 준비했다.

주주총회장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통해 제조·기술 노하우를 전수받은 중소기업 12곳의 제품 전시·판매를 위한 ‘상생마켓’이 들어섰고, C랩이 육성한 스타트업 7곳을 소개하는 전시 공간도 선보였다.

청년들의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지원하는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와 자립준비청년들의 홀로서기를 돕는 희망디딤돌 등 삼성전자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부스도 마련됐다.

이밖에 주총 시작 전과 정회 시간에는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마련됐다.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삼성 스마트공장 기업들의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는 상생마켓 존을 둘러보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4.03.20.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삼성 스마트공장 기업들의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는 상생마켓 존을 둘러보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4.03.20.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