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라파 지상전 필요성에 이견 있어… 이軍, 대안 없다”
이스라엘군 “가자 최대 병원서 하마스 무장대원 50여명 사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0만명 이상의 피난민이 밀집되 있는 가자지구의 마지막 피난처인 라파에서 지상전이 불가피하다는 의사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네타냐후 총리(오른쪽) (출처: A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0만명 이상의 피난민이 밀집되 있는 가자지구의 마지막 피난처인 라파에서 지상전이 불가피하다는 의사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네타냐후 총리(오른쪽) (출처: AP,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 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소탕을 위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지상전이 불가피하다는 의사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과 인질 석방에 대해 중재역을 맡아온 마제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아직 가자 휴전 합의에 근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일시적인 전투 중단을 위해서만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고, 하마스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더 광범위한 계획 없이는 인질을 석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네타냐후 총리는 100만명 이상의 피난민이 밀집되 있는 가자지구의 마지막 피난처인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취소해 달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을 일축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무장세력이 라파에 은신해 있다고 믿고 있다. 두 정상은 전날 라파 지상전에 대해 전화 통화를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크네세트(의회) 국회의원들에게 “우리는 라파에서 이들(하마스) 대대를 완전히 제거하기로 결심했으며 지상에 투입하는 것 외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을 미국 대통령에게 매우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 공격을 비롯한 가자지구 군사작전, 전후 가자지구 통치 문제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하마스 제거, 인질 구출, 가자지구발 안보 위협 해소라는 전쟁 목표 달성 없이는 가자지구 전쟁을 끝낼 수 없고 이를 위해서는 하마스 지도부가 은신한 라파를 공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네타냐후의 생각이다. 반면, 그동안 이스라엘의 하마스 소탕전을 지지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아랍계 유권자를 의식한 듯 엄청난 인명 피해가 불가피한 라파 공격은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파는 구호물품이 유입되는 통로이자 가자지구 북부에서 밀려온 피란민이 대규모로 밀집해 이곳에서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본격화한다면 큰 인명피해가 날 수 있다.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라파를 습격하는 것은 ‘실수’일 것이며 이스라엘이 다른 수단을 통해 군사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가자지구에 기근이 임박했다는 보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미국과 이스라엘 고위급 관리들이 다음 주 초 워싱턴DC에서 만나 라파 군사작전과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며칠 안에 포괄적인 논의를 위해 군사, 정보 및 인도주의 관리들로 구성된 고위 팀을 워싱턴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 국방부 당국자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다음 주 미국 국방부에서 로이스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가자지구에 대해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이날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을 급습한 이스라엘군이 이틀간 50명이 넘는 하마스 무장대원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군이 환자와 의료진, 피란민 등을 총알이 쏟아지는 거리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교전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족 친지를 잃은 가자지구의 이브라힘 하소우나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유럽의 지원, 그리고 전 세계의 지원이 있다. 그들은 무기와 비행기로 이스라엘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를 조롱하고 단지 그들의 체면을 구하기 위해 4~5개의 에어드롭(지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은 이번 작전에 대해 “국제 인도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거의 3만 2000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수천명이 잔해 속에서 목숨을 잃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엔의 지원을 받는 국제기아대책기구는 전날 가자지구의 식량 부족이 이미 기근 수준을 훨씬 넘어섰으며 가자지구 사람들은 휴전 없이 곧 기아로 죽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인권 위원회는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가자 지구로 구호품 반입을 제한하는 정도와 적대 행위를 계속하는 방식은 기아를 전쟁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는 전쟁 범죄”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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