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별 복수 사외이사. (CXO연구소) 2024.03.20.
그룹별 복수 사외이사. (CXO연구소) 2024.03.20.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국내 50대 그룹에서 활동하는 사외이사가 1000명을 넘어섰고, 그중 90명 가까이가 동일인이 서로 다른 2개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0대 그룹에서 활동하는 사외이사는 2023년 기준 1218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절반가량인 628명은 2024년 3월 주총 사이에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2025년에는 31.8%(387명), 2026년에는 16.7%(203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50대 그룹 계열사 중 두 개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는 172명(중복 포함)으로 집계됐다. 개별 인원으로 파악하면 86명이며, 이 중 남성이 79.1%(68명), 여성이 20.9%(18명)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965~1969년 사이 출생자가 30.2%(26명)로 가장 많았으며, 학자 출신이 38.4%(33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룹으로 보면 삼성과 SK에서 각각 17명의 사외이사 두 군데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해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은 전체 사외이사 66명 가운데 25.8%, SK는 98명 중 17.3%가 50대 그룹에 있는 계열사 2곳에서 이사회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현대차(14명), 롯데(12명), LG/CJ(각 9명) 순이었다.

30대 그룹내 중복 사외이사. (CXO연구소) 2024.03.20.
30대 그룹내 중복 사외이사. (CXO연구소) 2024.03.20.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지 오래지만 내부 경영진을 견제하고 독단적 결정을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대표이사 등 실권자에게 힘을 실어주거나 외부 공격에 대한 방어막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의 자질과 역할 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외이사 중 일부는 일정 기간 상근하면서 지속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 주주 권리 보호 차원에서 주주 추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방안 등이 꼽혔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사외이사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30년 가까이 되고 있지만 굴절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경영 풍토에 맞는 다양한 사외이사 제도 도입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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