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맞은 시리아 내전
50만명 사망·난민 수백만명
“전쟁 목격한 세대만 존재”
경제 붕괴, 마약 등 불법 성행

美·러·이란·튀르키예 등 개입해
가자 전쟁 후 이스라엘도 공습
유엔 노력에도 해결책 못 찾아

2017년 6월 22일 시리아 북동부 락까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민주군(SDF) 대원들이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7년 6월 22일 시리아 북동부 락까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민주군(SDF) 대원들이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13년 전 3월 15일, 시리아인들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에 맞서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그 후 이어진 전쟁으로 수십만명이 사망하고 12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미국,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 등 외세의 경쟁적 개입으로 시리아의 정치적 해결은 여전히 요원하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관심은 점점 멀어지는 양상이다.

14일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50만 7천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국내외에서 수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16만 4천명이 민간인이며 이 가운데에는 여성 1만 5천여명과 어린이 2만 5천여명이 포함돼있다. 나머지 34만 3천여명은 군인, 친이란 단체, 쿠르드 주도 세력, 다에시 그룹 무장 세력의 전투원들이다.

전체 사망자 수는 지난 3월 약 50만 3천명에서 증가한 수다.

시리아인들이 15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반군이 장악한 이들리브에서 민주화시위 13주년 기념 집회를 벌이고 있다. 2011년 3월 15일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후 정부의 잔혹한 진압이 이어지며 내전이 촉발됐다. (출처: 연합뉴스)
시리아인들이 15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반군이 장악한 이들리브에서 민주화시위 13주년 기념 집회를 벌이고 있다. 2011년 3월 15일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후 정부의 잔혹한 진압이 이어지며 내전이 촉발됐다. (출처: 연합뉴스)

◆“복잡한 전쟁… 국제적 합의 필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동맹국 이란과 러시아의 도움으로 전투 초기에 잃은 영토를 점차 되찾고 있지만 북부 지역은 여전히 정부의 통제 밖에 있다.

반군과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단체들은 북서부 등 일부 영토에서 여전히 여러 전투를 벌이고 있다. 시리아 반군 최대 파벌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현재 북서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북동부에서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이 주도하는 세력이 수피나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해방된 영토 중 일부를 장악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아랍의 봄’이 중동을 휩쓸던 2011년 3월 15일 반정부 시위를 아사드 정권이 진압하면서 발생했다. 내전 초기에는 미국이 반정부 진영을 지원하며 정부군에 우세를 보이다가 이란과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을 돕자 전세가 역전되며 영토의 상당 부분을 찾았다.

이처럼 주변 강국들의 대리전 양상을 띄는 데다가 2014년 IS까지 끼어들어 전황은 점점 복잡해졌다. 여기에 튀르키예가 테러 대응을 명분으로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분리주의 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 등과 무력 충돌까지 더해졌다. 또 쿠르드족 무장세력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다.

게다가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군은 시리아에서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설을 지속적으로 공습하고 있다.

예이르 페데르센 유엔 시리아 특사는 15일 시리아 내전과 관련 “정치적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평화를 우선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리아의 거의 모든 지표에서 암울한 하향 추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근동 정책 연구소의 시리아 연구원 존 살레는 “전투가 여전히 격렬한 상황에서 시리아의 지속 가능한 정치적 해결을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14일 미국의소리(VOA)에 말했다.

그는 “시리아 분쟁의 복잡한 특성으로 인해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며 “이 전쟁은 다각적인 전쟁이며 이를 끝내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한데 이는 분명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다마스쿠스 폭격. (출처: 로이터/Sham FM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시리아 다마스쿠스 폭격. (출처: 로이터/Sham FM 연합뉴스)

◆“아랍 국가들도 시리아 변화 포기”

유엔이 지원하는 정치적 해결 향한 노력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예이르 특사는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평화 협상을 개최하려고 추진했으나 러시아와 시리아가 거절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안보리 결의 2254호의 이행을 통해 시리아 전쟁을 종식할 것을 촉구했다. 2015년에 채택된 이 결의안은 정치적 전환을 추구함으로써 시리아 분쟁을 종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엔은 또한 시리아의 새 헌법 초안 작성을 목표로 정부와 야당 대표 간의 여러 차례 회담을 후원해 왔다.

그러나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연구 책임자 데이비드 아데스닉은 VOA에 유엔 주도의 시리아 평화 회담은 최근 몇 년 동안 실현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리아 정권은 회담을 끝없이 끌면서 협력의 환상을 만들어내는 데 만족하고 있다”며 “아사드 대통령은 계속되는 잔학 행위에 대한 뉘우침이 전혀 없는데도 아랍 연맹이 그를 다시 환영하자 국제사회에 대한 실질적인 압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작년 아랍 연맹은 2011년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아사드 정부의 잔혹한 탄압으로 약 12년 동안 차단했던 시리아를 지역 블록에 재가입시켰다.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 이 지역의 여러 아랍 국가들도 최근 몇 년 동안 아사드와 관계를 회복했다.

오클라호마 대학교 중동연구센터의 조슈아 랜디스 소장은 “거의 모든 아랍 국가들이 헌법 개혁이나 고립을 통해 시리아의 변화를 촉진하려는 유엔과 서방 주도의 노력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수호 재단의 아데스닉은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시리아 정권을 겨냥한 결의안을 막고 있고 반정부 반군이 패배한 상황을 언급하며 “아사드의 조건이 아니면 시리아 위기가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포기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과 유럽은 제재를 강화하고 아사드가 더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수입을 박탈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아 관영 매체 사나가 공개한 사진으로, 2019년 10월 14일 시리아 북부 아인 이사에서 주민들이 정부군을 환영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시리아 관영 매체 사나가 공개한 사진으로, 2019년 10월 14일 시리아 북부 아인 이사에서 주민들이 정부군을 환영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시리아 인도적 위기 최악

유엔은 올해 시리아에서 인도적 지원이나 보호가 필요한 인구가 1670만명에 달하며, 이는 “2011년 위기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숫자”라고 밝혔다.

전쟁은 시리아의 경제, 인프라, 산업을 황폐화하고 서방의 제재는 시리아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유엔에 따르면 시리아에는 약 720만명의 국내 실향민이 있으며, 작년 2월 튀르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인해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또 인구의 90%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 시리아 독립 국제 조사위원회는 지난주 발표된 보고서에서 “최근 몇 달 동안 시리아에서 2020년 이후 볼 수 없었던 폭력의 물결을 경험했으며, 분쟁 당사자들이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민간인과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다마스쿠스에 본부를 둔 국제적십자위원회 대변인 수하르 자카우트는 “13년간의 전쟁이 시리아 전역의 시리아인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초래하며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자카우트는 “시리아에는 상실과 난민, 전쟁을 목격한 세대만 존재하며 그들은 이런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10년이 넘는 분쟁으로 시리아의 경제가 붕괴되면서 마약 밀매와 기타 불법 활동에 의존하는 사업체들 번성하고 있다. 그 결과, 전문가들은 시리아, 특히 정권이 장악한 지역은 값싸고 중독성이 강한 암페타민 유사 약물인 캡타곤의 생산과 밀수를 위한 지역 허브가 됐다고 한다.

뉴라인 인스티튜트의 선임 분석가인 캐롤라인 로즈는 VOA에 “특히 유엔 결의안 2254호에 따라 시리아에서 정치적 해결을 논의할 때, 정권과 연계된 불법 네트워크에 대응하는 것도 대화의 일부가 돼야 한다”며 “그러나 이것이 합의를 향한 더 큰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관문’이나 초기 단계로 인식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화 시위 기념해 시리아 곳곳 집회

15일(현지시간) 시리아에서는 아사드 대통령과 지하디스트 통치자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날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시위대 수백명이 이들리브 시내에서 HTS의 우두머리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와 아사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위에 참가한 모하메드 하누쉬(35)는 가디언에 “(오늘은) 우리의 혁명이 아사드든 졸라니든 모두에게 반대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기념일”이라고 말했다. 반군이 장악한 이들리브 주변 지역에는 주민 약 300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정부군이 점령하거나 탈환한 다른 지역에서 피신한 사람들이다.

시위에 참석한 칼리디아 아가(72)는 정부군이 자신의 아들 중 한 명을 죽였고 다른 두 명은 6년 전 HTS의 비밀 감옥으로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내 아이들이 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에 오늘 시위를 하는 것”이라며 “나는 그저 내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그들을 보고 싶을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장악한 남부 도시 수웨이다에서도 수백명이 기념일을 맞이해 거리로 나왔다고 수웨이다24가 영상을 통해 전했다. 시리아의 소수민족 드루즈족의 중심지이자 전쟁에서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이 지역에서는 약 7개월 동안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2020년 이래로 수웨이다에서는 경제 상황 악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시위는 8월에 정부가 연료 보조금을 삭감한 이후 시작됐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은 기념일을 기리는 공동 성명에서 “스웨이다 시위가 13년 전 시위로 이어진 평화, 자유, 존엄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리아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반군 장악 지역에 대한 정부의 폭격과 IS의 공격을 지적했다. 이들은 “정치적 해결을 향한 진정성 있는 진전이 있을 때까지 아사드 정부와의 관계 정상화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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