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중 50만명 사망·난민 720만명”

시리아인들이 15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반군이 장악한 이들리브에서 민주화시위 13주년 기념 집회를 벌이고 있다. 2011년 3월 15일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후 정부의 잔혹한 진압이 이어지며 내전이 촉발됐다. (출처: 연합뉴스)
시리아인들이 15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반군이 장악한 이들리브에서 민주화시위 13주년 기념 집회를 벌이고 있다. 2011년 3월 15일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후 정부의 잔혹한 진압이 이어지며 내전이 촉발됐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시리아 내전이 15일(현지시간)로 13년을 맞은 가운데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지하디스트 통치자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날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시위대 수백명이 이들리브 시내에서 HTS의 우두머리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와 아사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위에 참가한 모하메드 하누쉬(35)는 가디언에 “(오늘은) 우리의 혁명이 아사드든 졸라니든 모두에게 반대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기념일”이라고 말했다. 반군이 장악한 이들리브 주변 지역에는 주민 약 300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정부군이 점령하거나 탈환한 다른 지역에서 피신한 사람들이다.

시위에 참석한 칼리디아 아가(72)는 정부군이 자신의 아들 중 한 명을 죽였고 다른 두 명은 6년 전 HTS의 비밀 감옥으로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내 아이들이 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에 오늘 시위를 하는 것”이라며 “나는 그저 내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그들을 보고 싶을뿐이다”라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은 ‘아랍의 봄’이 중동을 휩쓸던 2011년 3월 15일 반정부 시위를 아사드 정권이 진압하면서 발생했다. 내전 초기에는 미국이 반정부 진영을 지원하며 정부군에 우세를 보이다가 이란과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을 돕자 전세가 역전되며 영토의 상당 부분을 찾았다.

이처럼 주변 강국들의 대리전 양상을 띄는 데다가 2014년 IS까지 끼어들어 전황은 점점 복잡해졌다. 여기에 튀르키예가 테러 대응을 명분으로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분리주의 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 등과 무력 충돌까지 더해졌다. 또 쿠르드족 무장세력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다.

게다가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군은 시리아에서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설을 지속적으로 공습하고 있다.

이날 정부가 장악한 남부 도시 수웨이다에서도 수백명이 기념일을 맞이해 거리로 나왔다고 수웨이다24가 영상을 통해 전했다. 시리아의 소수민족 드루즈족의 중심지이자 전쟁에서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이 지역에서는 약 7개월 동안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2020년 이래로 수웨이다에서는 경제 상황 악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시위는 8월에 정부가 연료 보조금을 삭감한 이후 시작됐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은 기념일을 기리는 공동 성명에서 “스웨이다 시위가 13년 전 시위로 이어진 평화, 자유, 존엄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리아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반군 장악 지역에 대한 정부의 폭격과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을 지적했다. 이들은 “정치적 해결을 향한 진정성 있는 진전이 있을 때까지 아사드 정부와의 관계 정상화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유엔은 올해 시리아에서 인도적 지원이나 보호가 필요한 인구가 1670만명에 달하며, 이는 “2011년 위기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숫자”라고 밝혔다.

14일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50만 7천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국내외에서 수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16만 4천명이 민간인이며 이 가운데에는 여성 1만 5천여명과 어린이 2만 5천여명이 포함돼있다. 나머지 34만 3천여명은 군인, 친이란 단체, 쿠르드 주도 세력, 다에시 그룹 무장 세력의 전투원들이다.

시리아 관영 매체 사나가 공개한 사진으로, 2019년 10월 14일 시리아 북부 아인 이사에서 주민들이 정부군을 환영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시리아 관영 매체 사나가 공개한 사진으로, 2019년 10월 14일 시리아 북부 아인 이사에서 주민들이 정부군을 환영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전체 사망자 수는 지난 3월 약 50만 3천명에서 증가한 수다.

전쟁은 시리아의 경제, 인프라, 산업을 황폐화하고 서방의 제재는 시리아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유엔에 따르면 시리아에는 약 720만명의 국내 실향민이 있으며, 작년 2월 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인해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또 인구의 90%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 시리아 독립 국제 조사위원회는 지난주 발표된 보고서에서 “최근 몇 달 동안 시리아에서 2020년 이후 볼 수 없었던 폭력의 물결을 경험했으며, 분쟁 당사자들이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민간인과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다마스쿠스에 본부를 둔 국제적십자위원회 대변인 수하르 자카우트는 “13년간의 전쟁이 시리아 전역의 시리아인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초래하며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자카우트는 “시리아에는 상실과 난민, 전쟁을 목격한 세대만 존재하며 그들은 이런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