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추천에도 다시 부적격 통보
상임위원측 “차별 용인하는 꼴”
앰네스티 “선거 참여 보장해야”
“양심적 병역거부, 유엔이 보장”

[서울=뉴시스] 국민후보 선출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국민후보 선출을 위한 공개 오디션에서 소감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3.10.
[서울=뉴시스] 국민후보 선출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국민후보 선출을 위한 공개 오디션에서 소감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3.10.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 비례대표 연합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이 시민사회의 재추천에도 연거푸 ‘컷오프’되자 국민후보추천심사위원회 상임위원단이 “부적격 판단은 차별”이라며 모두 사퇴했다. 

사실상 임태훈 전 소장이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것은 어렵게 된 가운데, 국제비정부기구인 국제엠네스티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한 컷오프는 국제규범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연합 국민후보추천심사위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임 전 소장에 대한 부적격 판단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김상근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10명 전원이 직위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이날 심사위가 재추천한 임 전 소장을 또다시 부적격 판정했다.

앞서 심사위는 임 전 소장을 결국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심사위원 전원이 사퇴하기로 이미 결심한 상태였다.

심사위는 “임 후보의 부적격 판단한 이유가 ‘병역기피’라는데, 인권을 내치고 차별을 용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19조에 어긋난다는 취지였다”면서 “2020년 대체복무제가 도입됐다. 대법원도 2018년 11월 종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2021년에는 비폭력·반전주의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하다고 인정했다”고 나열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해병대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 촉구 시민서명 전달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해병대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 촉구 시민서명 전달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7.

이어 “그런데도 이제 와서 국민의 눈높이를 언급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기피’로 판단해 컷오프했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양심의 자유와 인권을 강조했던 민주당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신을 스스로 내치는 것이며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임 전 소장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병역법 위반 혐의로 지난 2004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심사위는 “임태훈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반헌법 반민주 폭거를 막아낼 후보”라며 “이번 총선을 박정훈 대령과 함께 가는 선거로 만들면서 임태훈 후보가 이끌어 낼 정권심판 여론은 다른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이 국민오디션 과정에서 임태훈 후보를 2위로 만든 힘”이라고 강조했다.

임 전 소장은 이른바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앞장서서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또 심사위는 “부적격 판단은 독립적 심사기구인 심사위의 위상을 훼손했다”며 “윤석열 정부 심판을 위한 민주당 진보당 새정치연합과 시민사회가 함께한 연합정치는 정치 다양성의 인정으로부터 시작했다. 따라서 다양성의 인정을 포기한 채, 연합정치의 한축인 민주당이 차별적이며 퇴행적 기준을 앞세워 국민후보를 부적격 판단한 것은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의 합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며 윤석열 정권 심판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상임위원들이 전부 사퇴하면서 임 전 소장은 물론 그를 대체할 후보 역시 추천이 어렵게 됐다. 더불어민주연합 내 시민사회 추천 비례대표는 임 전 소장을 비롯해 김윤 서울대 교수, 서미화 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이주희 변호사 등 4명이다.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왼쪽), 백승아 공동대표가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왼쪽), 백승아 공동대표가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한편 이와 관련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이날 “양심적 병역거부는 세계인권선언 제18조 ‘사상·양심·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와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에서 보장하는 권리”라며 “양심적 병역거부 사실이 ‘후보자 부적격 사유’로 규정되고, 이로 인해 피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결정하는 것 역시 병역거부자에 대한 인권침해”이라고 비난했다.

엠네스티는 “유엔 자유권규약 제25조(정치 참여와 투표권)는 ‘어떤 차별이나 불합리한 제한 없이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선언한다”며 “한국 정부는 자유권규약 제2조 제1항에 따라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이 규약에서 인정되는 권리들을 향유하도록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고 꼬집었다.

단체는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는 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정당이 국제인권규범에 근거해 후보자를 선출할 것을 요구한다. 국민을 대표해 입법 권력을 가지는 국회의원은 국제인권규범에 부합하는 절차를 통해 선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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