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고용·보상체계’ 개선
정부 “필요한 수가 지원할 것”
내주 토론회서 현장 의견 수렴

조규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조규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가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에 속도를 낸다. 앞으로 신규 의료기관의 의사인력 확보 기준을 심의할 때 전공의는 전문의의 2분의 1 수준으로 인정한다. 전공의에게 의존하는 의료 체계를 정상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함과 동시에 이른바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에 환자들이 쏠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12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을 신속 추진하기로 했다.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4대 의료개혁 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전문의 배치기준을 강화해 병원의 전문의 고용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약 40%로,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 전공의가 병원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약 10%)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에 정부는 현재 1700명 규모의 국립대병원 전임교수 정원을 2027년까지 현재보다 1000명 이상 더 증원할 계획이다. 의료기관 설립 시 의사 배치기준을 개정해 전공의를 전문의의 1/2로 산정하는 등 전문의 고용을 늘릴 방침이다. 또 대학병원의 좋은 전문의 일자리도 늘린다. 현재 1700명 규모의 국립대병원 전임교수 정원을 2027년까지 1000명 이상 확대하고 대학병원의 임상, 연구, 교육이 균형적으로 발전하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또한 정부는 내년에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전문의 고용을 확대해 전공의에게 위임하는 업무를 줄이며, 인력 간 업무 분담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이다.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를 개선하고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확대해 전문의 중심 인력 운영을 뒷받침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1년 단위 단기계약 관행을 바꿔 장기 고용을 보편화하고 육아휴직과 재충전을 위한 연구년 등을 보장한다. 이러한 혁신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에 필요한 수가 지원도 병행 추진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를 개선하고,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확대해 전문의 중심 인력 운영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의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1년 단위 단기계약 관행을 개선해 장기 고용을 보편화하고, 육아휴직과 재충전을 위한 연구년 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에 필요한 수가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 주 전문의 중심 병원 등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박 제2차관은 “정부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구조 개선을 신속하게 이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11일 뇌혈관 전문 명지성모병원을 방문한 후 전문병원이 높은 수준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성과에 따른 지원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한 총리는 “규모가 작은 전문병원도 실력이 있으면 상급종합병원만큼 수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업무복귀 명령을 거부한 전공의 7000여명에 대한 면허정지 사전통보를 시작한 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업무복귀 명령을 거부한 전공의 7000여명에 대한 면허정지 사전통보를 시작한 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5.

한편 ‘의료 공백’을 메우려고 투입한 군의관, 공중보건의(공보의)는 이날까지 병원 근무에 필요한 교육을 마친 뒤 13일부터 본격 근무에 들어간다. 최대한 빠르게 적응하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군의관과 공보의의 57%가 수련받은 병원에서 파견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인 2월 1∼7일의 평균과 비교했을 때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 감소 폭은 이달 4일 기준 40.7%였으나, 11일 기준으로는 37.7%가 됐다. 상급종합병원 수술은 지난달 15일 대비 이달 11일 약 52.9% 줄었다.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의 입원환자 수는 약 3000명대로, 평시와 비교했을 때 크게 변동이 없다. 응급실 408곳 가운데 398곳은 병상 축소 없이 운영 중이다. 상급종합병원 진료 감소분의 일부는 종합병원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의가 없는 종합병원의 입원환자는 집단행동 이전보다 9% 늘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