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찬성으로 개헌 승인
美 대법 판결 영향에 추진

프랑스 상원과 하원이 4일(현지시간) 베르사유궁전에서 합동 회의를 통해 낙태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을 승인했다. (출처: 뉴시스)
프랑스 상원과 하원이 4일(현지시간) 베르사유궁전에서 합동 회의를 통해 낙태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을 승인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프랑스 의회가 4일(현지시간)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에 프랑스는 여성의 임신 중단 권리를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가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역사적인 조치를 제안했으며,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의회 특별 합동 회의에서 780대 72의 표결로 가결되자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개헌에 따라 이제 헌법 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더해진다.

프랑스에서 헌법을 개정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으며 드문 일이다. 프랑스 헌법은 1958년 제정된 이래 17번 개정됐다.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의 이번 조치는 1974년 헌법에 “사람은 아이를 갖는 것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한 구 유고슬라비아의 경우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이날 엑스에 “우리는 모든 여성에게 당신의 몸은 당신의 것이며 아무도 당신을 대신해 결정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헌법 개정안 추진은 2022년 미국 대법원의 결정에 큰 영향을 받았다.

2022년 미국 대법원이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로 대 웨이드’를 뒤집는 판결을 내리자 프랑스의 활동가들은 기본법에서 낙태권을 명확히 보호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프랑스 정부는 법안 소개에 미국 대법원의 판결을 언급하며 “불행히도 이 사건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국가, 심지어 유럽에서도 여성이 임신을 중단할 자유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소개했다.

4일(현지시간)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프랑스 의원들이 여성의 낙태 권리를 프랑스 헌법에 명시하는 법안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낙태권 지지자들이 포옹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4일(현지시간)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프랑스 의원들이 여성의 낙태 권리를 프랑스 헌법에 명시하는 법안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낙태권 지지자들이 포옹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프랑스에서 낙태는 대부분의 정치적 스펙트럼에 걸쳐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1975년부터 합법화됐다.

프랑스의 주요 정당 중 마린 르펜의 극우 국민전선당과 보수 공화당 등 어느 정당도 낙태 권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다만 르펜 대표는 낙태권에 찬성표를 던지면서도 “마크롱이 정치적 점수를 얻기 위해 이 법안을 이용하고 있다”며 “프랑스에서 낙태권을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이를 역사적인 조치라고 부르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낙태권 지지율은 이전 조사와 마찬가지로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대다수가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에 찬성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낙태 반대를 주장하는 약 200명이 투표 전 베르사유에 “나도 배아였다” 등의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이번 새 개정안은 세계 여성의 날인 오는 8일 파리 방돔 광장에서 열리는 공개 행사에서 공식적으로 등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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