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좋은 동시’ 3년째 출간
아이는 ‘상상’, 어른은 ‘동심’ 느껴
동시, 하나의 문학 장르로 자리해야

김재문 출판그룹 상상 대표가 서적 ‘올해의 좋은 동시 2023’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권영상, 안도현, 이안, 유강희, 김제곤 등 최고의 시인과 평론가가 선정위원이 돼 2022년 11월~2023년 10월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모든 신작 동시를 검토한 후 총 57편을 선정해 책에 수록했다. ⓒ천지일보 2024.03.05.
김재문 출판그룹 상상 대표가 서적 ‘올해의 좋은 동시 2023’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권영상, 안도현, 이안, 유강희, 김제곤 등 최고의 시인과 평론가가 선정위원이 돼 2022년 11월~2023년 10월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모든 신작 동시를 검토한 후 총 57편을 선정해 책에 수록했다. ⓒ천지일보 2024.03.05.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어릴 적 우리는 동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탐험했다. 상상력은 끝이 없었고 모든 게 가능했다. 때론 하늘을 날고, 바다를 건너며 모험을 하고, 동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에는 현실의 벽에 갇혀 동심을 점차 잃어갔다. 이러한 우리에게 동심을 불어넣는 특별한 존재가 있으니 바로 ‘동시’다. 동시는 순수했던 그 시절을 회상시켜 주는 동시에 무한한 상상력을 선사한다. 이에 ‘동시의 세계’ 문지기와도 같은 출판그룹 상상 김재문 대표를 만나 오늘날 동시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동시 분야에 많은 힘 쏟아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솔직하고 반듯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순수한 말투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었고, 끊임없는 유머와 재치는 대화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그가 얼마나 동시와 작가, 그리고 독자들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지 대화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출판그룹 상상은 안도현, 최승호, 이만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문학 작품과 영화, 예술, 역사 등 인문학 분야의 도서를 출간해 왔다. 몇 년 전부터는 동시 분야에도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 9월에는 ‘상상 동시집’ 시리즈를 출간했고, 이후 동시의 부흥을 위해 ‘올해의 좋은 동시’를 출간했다. 

특히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올해의 좋은 동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권영상, 안도현, 이안, 유강희, 김제곤 등 최고의 시인과 평론가를 선정위원으로 두고 1년 동안 각종 매체에 발표된 신작 동시 가운데 60여편 정도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변화하는 동시의 흐름을 파악하고 동시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의 좋은 동시 2023’에는 총 57편이 선정돼 책에 수록됐다. 이를 위해 선정위원은 2022년 11월~2023년 10월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모든 신작 동시를 검토했다. 올해 선정된 57편에서 눈에 띄는 점은 작년에 이름이 오르지 않았던 시인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다. 그중에는 새롭게 동시에 발을 들인 사람도 있고, 기존의 시단에서 활동하던 시인도 있다. 시인들의 동시 쓰기는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에 새로움과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흔히 동시라고 하면 아이들만 읽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통통 튀는 발랄함이나 귀여움, 단순함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동시가 단순하고 귀여운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동시들은 복잡한 사유가 잘 녹아 있기도 하고, 다양하고 참신한 표현 양식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의 좋은 동시’는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동시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발간하고 있는 다양한 동시 서적 ⓒ천지일보 2024.03.05.
출판사에서 발간하고 있는 다양한 동시 서적 ⓒ천지일보 2024.03.05.

◆동시의 매력은 끝없는 상상 

‘올해의 좋은 동시’는 매년 더 입소문을 타는 추세다. 작가들은 이 책에 꼭 선정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좋은 동시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자들은 말랑말랑한 사고를 책을 통해 배워간다. 

“끝없는 상상과 놀라운 표현, 이것이 동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아이들은 밖에서 엄마와 함께 놀다가 ‘엄마, 힘들어요’라고 말할 때가 있죠. 하지만 동시를 많이 읽은 아이들은 엄마에게 ‘엄마, 바람이 막 나한테 달려왔어요’라고 표현합니다. 또한 동시는 바쁜 일상에 지친 어른들에게 동심을 되찾아 줍니다. 이것이 동시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아동 문학하면 동화를 먼저 떠올린다. 동화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상을 받고 있으며, 판매량도 동시에 비해 많은 편이다. 반면 동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으며, 아동 문학의 주류 장르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동시도 하나의 문학 장르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시가 하나의 문학 장르로 자리 잡으려면 동시가 가진 기존 인식을 깨뜨려야 합니다. 동시가 단순한 아동 문학이 아니라,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길 수 있는 훌륭한 문학 장르임을 독자들이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동시를 쓰는 작가들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김 대표는 어른들이 동시의 가치를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정에서는 학부모가 좋은 동시를 골라 자녀에게 선물하고 읽어주며,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동시를 소개하고 가르친다. 동시의 부흥을 위해서는 어른의 역할이 크며, 작가와 학부모, 선생님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이책, 다양한 가능성 제공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에 빠르게 노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종이책을 찾는 독자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반면 전자책의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하고 여러 혜택을 얻지만, 종종 이 정보는 단순한 전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종이책은 전자책이나 다른 매체로 대체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종이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종이책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독자들에게 행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폭넓은 영역을 열어주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김 대표가 말하는 좋은 책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책 읽었을 때 상상할 수 있고, 그 책을 통해서 자기의 꿈을 이루는 데 조그만 디딤돌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한 흥미 위주가 아니라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올해 출판사는 소설과 에세이에도 조금 더 집중하기로 했다. 상반기에는 소설집이 출간되며, 유명한 웹소설도 계약을 마치고 출간 준비 중이다. 에세이도 올해 출간을 앞두고 있다. 동시집 시리즈에 대한 애정도 놓지 않으며, ‘올해의 좋은 동시’도 매년 출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동시는 아이들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시는 그 나라의 정신과 문화입니다. 시가 멈추면 미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동시는 아이들의 미래를 풍성하게 해주는 영양분자,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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