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군사회담 발언 논란
佛 “지뢰제거 등 가능” 수습
미국 “파병 안 해” 다시 확인
유럽 주요국, 파병 계획 부인

(출처: AP, 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파리 엘리제궁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지상군 파병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왔다.
(출처: AP, 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파리 엘리제궁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지상군 파병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왔다.

[천지일보=방은 기자] 프랑스 등 일각에서 ‘우크라이나 파병론’이 나온 가운데 러시아가 이에 맞서 강경 대응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유럽각국이 진화에 나섰지만 세계정세는 강경 대결구도로 가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지상군 파병도 배제할 수 없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전날 발언과 관련해 “우리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의 지뢰 제거, 사이버 방어, 무기 생산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조치를 고려해야 하고 매우 구체적인 필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그 어떤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게 대통령의 여전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언은 전날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를 파리에서 주최한 뒤 기자회견을 통한 마크롱 대통령의 파병 발언으로 인한 파장을 수습하면서도 3년째 접어든 전쟁의 양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프랑스 정부의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럽연합(EU) 일부 지도자는 “마크롱의 발언의 결과는 신뢰성을 희생한 동맹국 간의 불협화음”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도 “프랑스가 우크라이나를 더욱 강력하게 지원할 방법을 고려한다면 기쁘지만 내가 제안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무기를 보내라”고 말했다. 이에 네덜란드 최고 장관급 인사는 “마크롱 대통령이 푸틴에게 어떤 선택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이것은 가장 먼 선택이고 나토 국가들이 아직 그렇게 할 의향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결코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외신은 이에 대해 서방 동맹 사이에서도 필요성은 의식하고 있으면서도 확전 우려로 섣불리 꺼내지 못했던 파병론을 마크롱 대통령이 과감히 공론화했다고 평했다. 당장은 원론적인 이유로 반대하지만 러시아와 타협할 게 아니라면 자금과 무기 지원에 한정했던 지난 2년과는 다른 방식의 개입만이 장기화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공감대가 이번 발언을 통해 확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르비다스 아누사우스카스 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군의) 훈련 임무, 훈련 측면의 요소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며 “(하지만) 국가 간 논의 중이므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며 파병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보다 앞서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역시 TV 연설에서 “나토와 EU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미 (파병)준비를 마친 국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백악관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서방 일각의 파병 검토설에 선을 그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부대를 파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재확인했다.

한편 크렘린궁은 이날 유럽 동맹국들이 군대를 파견할 경우 러시아와 나토 사이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나토 회원국 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벌이면 나토와 러시아가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 경우 가능성이 아니라 불가피성을 얘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나토 회원국에서 우크라이나로 특정 파견단을 보낼 가능성을 논의한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중요한 새로운 요소”라며 “이는 그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병 가능성을 언급하며 논란을 일으킨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유럽을 위해 더 합리적이고 안전한 생각을 하는 데 머리를 써야 한다”고 비난했다. 러시아가 강력히 경고한 가운데,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체코 등 여러 유럽 국가는 이날 파병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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