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PA시범사업 시행
간협 “논의 과정 없이 발표”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사직 및 현장 이탈 등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사직 및 현장 이탈 등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6.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의대 증원을 반발한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이 늘어나면서 커진 의료공백에 간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수술실 간호사’라고 불리는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은 현행 의료법상 진료보조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위법과 탈법의 경계선상에서 암암리에 역할을 해왔는데, 정부가 27일부터 PA 시범사업을 시행해 사실상 법테두리 안에 뒀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27일 대한간호협회(간협)에 따르면 전공의가 환자 곁을 떠나자 그 자리에는 PA 간호사들이 대신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대리처방과 대리기록에, 심지어 치료처치 및 검사와 수술 봉합 등 불법진료에 내몰리고 있다.

한 간호사는 언론에 “전공의는 수술이 끝난 환자가 감염되진 않았는지, 출혈이 없는지 등을 살펴보고 처치한다”며 “하지만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다 보니 이런 업무 일부를 PA 간호사들이 대신 맡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하다 보니 병원을 찾는 환자의 전체적인 숫자는 줄었지만, 전공의의 업무에 대신 투입된 PA 간호사들은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데 대해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원광대병원지부 수석부지부장도 PA 간호사의 업무 부담을 토로했다. 그는 “배액관(담즙을 배출하는 플라스틱 관) 소독은 전공의들의 업무였는데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PA 간호사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사 업무를 해야 하는 PA 간호사들은 의료사고가 나진 않을지, 또 불법 진료를 했다고 처벌받지 않을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지난 2022년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약 1만명의 PA 간호사가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 인력을 활용하면 이탈한 전공의들의 진료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전국 종합병원과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시범사업은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 중 일부를 맡기고 그 범위를 병원장이 정하도록 한 것인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새로운 보건의료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보건의료기본법 44조 1항의 근거를 뒀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 시범사업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시행하는 것으로, 현장에서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메우고 계신 간호사들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다소 부정적이다. 간협은 “복지부가 아무런 내용 없이 시범사업을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또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간호사들은 “의료사고 나면 병원장이 책임져주나요?” “간호사 본래 업무에 PA 업무 떠안기는 꼴”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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