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노 달러 운동’ 가속
“$ 패권 계속” vs “탈달러 방향”
인도는 달러 결제 필요성 주장
어느 나라에도 기대지 않는 印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6년 10월 15일 인도 고아에서 모디 총리가 주최한 브릭스 국가 정상 만찬에 앞서 기념 촬영을 준비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6년 10월 15일 인도 고아에서 모디 총리가 주최한 브릭스 국가 정상 만찬에 앞서 기념 촬영을 준비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우리 외교에서 신흥 경제 5개국 모임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와 인도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미지의 호기심 수준에 머물러 있을까. 역동적인 세계 경제의 변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지나친 미국 중심주의 세계관으로 탈달러(De-dollarization)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최근 브릭스 국가들끼리 달러 대신 서로의 자국 통화로 무역 결제를 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심지어 러시아 자국 무역수지에서 브릭스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2년 만에 두 배 증가한 40%, 역내 국가통화로 결제한 비중이 무려 85%에 이른다.

브릭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달러 안 쓰기’ 운동에 대한 평가는 갈리는 양상이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인도태평양연구센터장은 지난 20일(서울 현지시간) ‘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인태전략’을 주제로 니어재단(NEAR Foundation, 이사장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주최한 포럼에서 “브릭스 회원국이 G7을 능가하는 11개가 되면서 국내총생산(GDP)도 G7보다 커졌으며, 이에 따라 몇 가지 지연 요인은 있지만 탈달러(De-dollarization)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센터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탈달러 전망을 묻자 “탈달러는 인도의 여러 가지 전략적 고려 때문에 조금 속도가 지연될 수 있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는 러시아 에너지 구입 대금을 아랍에미리트(UAE) 디르함으로 지급하고 인도 재무장관에게 이를 따지는 미 상무부 차관에게 “민간 기업 간 거래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며 발뺌한 일화로 유명하다.

최 센터장은 “탈달러는 브릭스 창립 멤버인 중국(위안)뿐 아니라 브라질(헤알), 러시아(루블)가 ‘우리가 왜 꼭 달러화로만 결제해야 하느냐’라는 공개적인 문제 제기로 시작됐고, 인도(루피)와 남아프리카공화국(랜드)도 상호 자국 통화 결제 협정을 맺으면서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인도가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일부 제한하고 있는 점이 브릭스 내 탈달러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인도는 여러 측면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으며, 브릭스 내에서도 달러 결제 필요성에 가장 목소리를 높이며 이를 미국에 생색내고 있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 다른 전문가들은 탈달러 추세에 대해 소극적으로 인정하거나 여전히 달러의 유일 패권이 지속될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팀장은 “인도 정부가 무역 국제결제에서 자국 통화 활용을 확대하려고 하는 의지를 가진 건 분명하고 지속적으로 의지를 보여왔다”면서도 “달러 대신 자국 통화로 결제하는 대상이 주변 소수 국가에 한정된 상황이고, 국제적 파급력을 예상하기에는 좀 조심스럽다”고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 좌장을 맡은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지금 일부 탈달러 양태가 나타나고 있지만, 달러의 유일 패권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1일(리우데자네이루 현지시간) 브라질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브라질 현지 신문 매체 글로보(Globo)와의 인터뷰에서 “브릭스의 국제적 권위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세계 문제에서 브릭스의 잠재력과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협회의 틀 내에서 다양한 경제・정치체제, 종교・거시지역 등을 대표하는 국가 간 동등한 상호 작용이 수행된다”고 덧붙였다.

2024년 브릭스(BRICS) 의장국인 러시아는 올해 신용등급 상호인정과 공동 자금세탁 방지 플랫폼 구축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월29일(현지시간) “러시아 무역 수지에서 브릭스(BRICS)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년 만에 2배 증가한 40%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달러가 아닌 해당 국가와의 국가통화로 결제한 금액이 3배 이상 증가한 85%에 이른다”고 밝혔다.

◆치우치지 않는 인도의 강대국 외교

한편 2024년 초 현재 한국과 인도 관계 개선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양국이 서로를 잘 모르고, 특히 서로가 서로의 전략적 가치를 가졌는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인도를 새롭게 주목한 계기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이다.

지난 2023년 4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최다국가로 등극한 인도는 중위연령이 28세로 매우 젊은 나라로, 이미 중위연령이 40대로 접어든 중국보다 훨씬 잠재 성장 동력이 강한 나라로 평가된다.

생산 가능 인구는 무려 8억 5000만명이나 된다. 현재 세계 5위 경제 대국이지만, 인도 전문가들은 “G3로 등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한다. 지난해 8월 독립기념일 연설 때 모디 인도 총리는 “향후 5년 내 3위 국가가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인도는 달 후면 탐사 분야에서 선도적인 지위에서 보여주듯 정보통신기술(ICT) 등 기초과학 경쟁력이 매우 높은 나라다. 달 후면 핵심 광물 채취도 독보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독립된 강대국 외교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은 최근 유엔 안보 회의에서 미국과 독일 외무장관이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 유지 등을 따져 묻자 “바로 그 점이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다른 나라들이 인도의 이런 외교에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이라고 정면에서 반박했다. 실제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자이샨카르 장관 발언 직후 박수를 보냈다.

인도는 실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어느 나라에도 치우치지 않는 외교로 유명하다. 당연히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국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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