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도 의정부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여섯 번째,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격차 해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5. (출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도 의정부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여섯 번째,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격차 해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5.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총선까지 48일 남은 22일. 정부는 최근 만 34세 이하 청년을 위한 청약통장 상품을 내놨다. ‘청년주택드림 대출’과 연계 가능한 상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말이다. 과연 이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에 의문점이 생긴다.

세계 석학들은 우리나라의 출산율(0.78명)을 보고 “전쟁보다 지독한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 경제 13위 대국이지만 출산율은 유례없이 처참하다는 의미다. 더욱 심한 문제는 바로 정부의 ‘줏대 없는 표심 몰이 정책’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들을 보면 국가 운영보다는 표에 모든 걸 건 것처럼 보인다.

출산율 문제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발생하는 결과다. 직장과 일자리 등 산업구조나 전체보다는 개인을 존중하는 문화의 영향도 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부동산 문제’가 출산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1월 3일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 연구를 통해 출산율 0.78명의 원인이 ‘높은 집값’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부동산 문제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이미 공공연하지만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통계를 통해 증명한 것이다. 

해당 연구 발표 시점이 1월 초였으니 정부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정책 방향 연구에서 높은 집값이 문제라고 했으니 정책도 집값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발 계획(지난달 25일)’과 ‘신생아 특례 대출상품(지난해 12월 27일)’이 대표적이다. 

먼저 GTX 계획을 보자. 정부는 GTX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X-TX’라는 이름으로 지방 급행철도도 같이 개발한다고 밝혔다. GTX의 수요는 이미 확실하다. 다만 우리나라는 지방 소멸화가 진행 중인 국가로 X-TX가 제대로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GTX 계획의 여파는 부동산 시장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GTX 승강장이 지어지기로 한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것이다. 고금리로 일부 집값이 하락하는 국면에 아파트값이 오른 것이다. 대형 교통 호재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모를 순 없었을 것이다.

GTX 개발에 속도가 붙어도 문제가 계속된다. 이미 우리나라의 기형적 인구 쏠림 현상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이미 줄고 있지만, 수도권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수도권 교통이 지금보다 더 편해졌을 때 수도권에 얼마나 더 많은 인구가 몰릴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여기에 1~3기 신도시 계획까지 발표됐다. 그리고 대부분 용적률을 대폭 늘려주고 있다. 인구는 줄고 있는데, 집을 더 많이 짓고 있는 상황이다. 교통도 편하고 인프라도 수도권에 몰려있다. 살 집까지 늘어나는데 굳이 지방에서 살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자연스럽게 수도권 집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

신생아 특례 대출은 어떨까. 정부는 출산 장려를 위해 저리 대출을 시장에 풀었다. 수요는 폭발적이었고, 출시 첫날에는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수요가 많았으니 출산 가구를 위한 적절한 정책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시장경제에서 유통되는 자금이 늘어나면 자산시장에 돈이 몰린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에 돈이 몰린다는 의미다. 고금리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어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의미다.

여전히 높은 물가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출 생각이 없다. 문제는 제로금리시대에서 기준금리가 3%나 뛰었음에도 집값 하락에 대한 체감이 없다는 점이다. 출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높은 집값’인데, 집 살 돈을 저리로 빌려주면 출산율이 개선될까. 

정부가 부동산 PF를 대하는 태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 PF 사태의 본질은 저금리 때 대출을 남발한 개발업자들이 겪는 위기다. ‘일단 땅을 사면 무조건 오를 것’이라는 미신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바야흐로 ‘고금리 시대’를 맞이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부터 줄곧 3.50%를 유지해왔다. 통상 PF대출 이자가 기준금리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자 부담도 급증했을 것이다. 과연 세금으로 이들에게 ‘호흡기’를 붙여주는 게 과연 자유시장 경제에서 올바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피해는 어디로 가는가? 

현재 정부는 집값이 떨어지지 않게 사력을 다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저리 대출’ ‘부동산 개발’ 정책 등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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