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 대해 “정치쇼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항간에 이런 시나리오가 돈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던진 다음에 혼란과 반발을 극대화시켜서 국민 관심을 끌어모은 뒤에, 누군가 나타나서 이 규모를 축소하면서 원만하게 타협을 끌어내는 정치쇼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저도 똑같은 생각을 한다. 왜 이런 무리한 수를 던졌을까”라고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에 ‘정치적 시나리오’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의료대란이 시작되면서 환자들과 국민의 고통이 커지는 마당에 야당 대표가 한 발언치고는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표가 언급한 ‘시나리오’는 지난 주말부터 정치권에 돌았던 지라시 내용과 흡사하다. 정부와 의사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나서 극적 합의를 이끌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주장은 근거가 없고 설득력마저 떨어진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나오자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서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라며 지지발언을 했다. 누구보다도 지방의 취약한 의료 시스템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입장은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데만 맞춰져 반(反) 윤석열 프레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우리 당은 연간 400명 정도를 증원하자고 지난 10년간 이야기했는데 무려 그 다섯 배를 한 번에 증원하면 현재 의대들이 수용할 수 있느냐”며 “저는 불가능하다고 본다”라고 했다.

하지만 전국 40개 의대 수요 조사에서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 증원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 국책기관 등에서는 2035년에 우리나라 의사가 1만 5000명 부족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 바 있다. 의대 증원 이유는 치열하게 연구해 얻은 결과인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일 부산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 뒤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만 받고 곧장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아 지방 병원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의 ‘빅5’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리고, 수술날짜를 조금이라도 앞당겨 보려고 여러 인맥을 총동원하는 현재의 의료 현실을 놓고 볼 때, 상상도 못할 특혜를 누린 것이다.

현재 국민 89%가 의대 증원을 지지하고 있다. 의료진과 국민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마당에 원내 1당 야당 대표가 정부 정책에 딴지를 걸면 의료대란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는 의사들의 오만에 대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지방 의료진을 외면하고 서울로 헬기 이동해 수술을 받은 이 대표는 올바른 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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