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중국 직구 쇼핑앱 테무(Temu)가 국내에서 신규 회원을 모을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과 무료 사은품을 무더기로 살포하는 일명 테무깡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20일 유튜브에 올라온 테무깡 숏츠 영상. (출처: 유튜브 캡쳐)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중국 직구 쇼핑앱 테무(Temu)가 국내에서 신규 회원을 모을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과 무료 사은품을 무더기로 살포하는 일명 테무깡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20일 유튜브에 올라온 테무깡 숏츠 영상. (출처: 유튜브 캡쳐)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공격적 마케팅과 초저가 판매로 중국 직구 쇼핑앱 ‘테무(Temu)’가 국내에서 신규 회원을 모을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과 무료 사은품을 무더기로 살포하는 일명 ‘테무깡’을 유도해 영업하면서 국내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테무깡이란 소비자의 시간을 담보로 테무의 ‘회원 늘리기’ 이벤트로 물건을 공짜로 받는 일종의 ‘카드깡’ 방식의 광고다. 테무깡을 통해 무료 크레딧‧사은품을 받으려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 신규 회원 다수를 유치해야 한다. ‘이벤트 품앗이’를 위한 오픈 채팅방도 유행하고 있다.

테무 앱을 통해 규정에 어긋난 광고를 상습적으로 발송하는가  하면 개인정보 침해 문제도 둔감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틱톡 등에서 테무깡을 검색하면 콘텐츠가 무더기로 생성되고 있다.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테무에서 배달온 수십개 상품 패키지를 풀어보는 모습을 동영상, 사진으로 촬영해 테무깡이라 이름 붙여 공유한다.

문제는 지인의 정보를 담보한 ‘지인 추천’을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테무 측에 지인의 정보를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한 명만 더 하면 당첨이야’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막상 룰렛을 돌리면 0.3명, 0.5명 등으로 표기된다. 그 한 명을 얻기 위해 몇 명 이상을 추천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이에 게임 업계에서 제기됐던 ‘확률형 아이템’ 조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룰렛 게임 방식으로 크레딧과 사은품을 획득하는 과정이 이뤄지는 데다 다른 사람을 신규 회원으로 가입시키도록 유도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단계 사기가 아니냐” “사행성 조작” “소비자 기망 행위” 등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공격적 마케팅과 초저가 판매로 중국 직구 쇼핑앱 ‘테무(Temu)’가 국내에서 신규 회원을 모을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과 무료 사은품을 무더기로 살포하는 일명 ‘테무깡’을 유도해 영업하면서 국내법을 지키지 않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테무 앱에 올라온 상품. (출처: 테무 앱 캡쳐)
공격적 마케팅과 초저가 판매로 중국 직구 쇼핑앱 ‘테무(Temu)’가 국내에서 신규 회원을 모을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과 무료 사은품을 무더기로 살포하는 일명 ‘테무깡’을 유도해 영업하면서 국내법을 지키지 않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테무 앱에 올라온 상품. (출처: 테무 앱 캡쳐)

◆국내 테무앱 이용자 반년 만에 10배 증가

   테무앱 소비자 “가입해 준 친구에게 미안”

2023년 1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앱 가입자 수는 336만명 정도였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알리깡’이라는 말이 먼저 유행했다. 알리 가입자 수는 올해 1월 717만명으로 1년 새 약 110% 늘었다. 알리에서 산 물건을 언박싱(개봉)하는 콘텐츠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리면 클릭 뷰와 구독자 수가 금방 늘어나 마치 ‘카드깡’하듯 수입을 쉽게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알리깡이란 말이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국내 테무 앱 이용자 수는 지난해 8월 52만명에서 지난달 570만 9000명으로 10배 폭증했다. 국내 진출 6개월 만에 이용자 수가 10배가량 증가했다는 데 국내 온라인 유통업계에 경각심을 안기고 있다.

테무는 처음 회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배송과 반품, 배송 지연 시 5300원 상당의 크레딧 지급 등의 조건과 함께 패션‧생활용품‧전자기기 등 중국산 초저가 제품을 판매한다. 

그런데 이벤트를 통해 신규 회원 여럿을 추가로 가입시키면 물건을 공짜로 주거나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을 준다. 

예를 들어 크레딧 무료 받기 코너에 들어가 룰렛 게임을 통해 결제하면 화면에 현금 10만원과 똑같이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과 쿠폰 등 50만원어치의 혜택을 준다고 뜬다. 100코인을 모으면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룰렛 게임을 몇 번 돌리다 보면 99개의 코인이 순식간에 모이고 ‘50만원 보상 교환까지 코인 1개 부족’이라는 문구가 뜬다. 이때 카톡 등으로 친구에게 초청장을 보내 해당 친구가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면 룰렛을 돌릴 기회가 생긴다. 문제는 친구 1명이 신규 가입을 수락해 룰렛을 돌려도 1코인이 아닌 0.5코인 등 소수점 자릿수의 코인이 나오므로 혜택을 얻으려면 ‘충족’ 화면이 나올 때까지 계속 친구를 추천해야 한다.

청소기, 화장품 등 5개 사은품을 고르고 선물 상자 버튼을 누르면 결제할 금액이 점점 줄다가 마지막에 ‘100원만 절약하면 무료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뜬다. 역시 친구를 가입시켜야 하는데 절약 금액은 처음에는 친구 1명당 몇십원에서 점점 줄어 2∼3원까지 떨어져 사은품을 받기까지는 몇 명을 더 가입시켜야 금액이 충족되는지 모른다.

테무 앱 소비자는 “테무 앱에 가입해 준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중국계 온라인 쇼핑몰이 국내법을 어길 시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단체 등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테무 ‘이벤트 품앗이’를 위한 오픈 채팅방. (출처: 카톡 캡쳐)
테무 ‘이벤트 품앗이’를 위한 오픈 채팅방. (출처: 카톡 캡쳐)

◆설치시 ‘광고’ 표시 없어… 명백한 ‘국내법’ 위반

  中쇼핑앱 ‘플랫폼법’ 위반시… 업계·소비자 보호?

테무 앱은 설치‧실행할 때 ‘광고’ 표시와 스마트폰 앱 접근 권한 고지를 하지 않는다. 이는 명백한 국내법 위반이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제50조)과 그 시행령(제61조)에 따르면 전자적 전송매체를 이용해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려면 정보가 시작되는 부분에 ‘광고’라고 표시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통상 온라인 쇼핑몰 앱을 내려받아 실행하면 가장 먼저 앱 접근 권한 관련 페이지가 표출된다. 앱 접근 권한 고지 역시 정보통신망법(제22조의2)의 의무 사항이다. 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정보 또는 기존에 설정된 기능에 무분별하게 접근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침해를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테무는 최근까지 ‘광고’라고 표기하지 않고 광고성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앱 푸시, 이메일 등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명백한 광고성 글이지만 광고라는 안내 표시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사용자 수를 기준 삼아 시장을 좌우하는 소수의 거대 플랫폼 사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자사 우대와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등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안(플랫폼법)’을 추진 중이다. 

공정위에서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법 정부안이 시행되면 국내외 사업자 구분 없이 규제 대상이 된다. 다만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계 온라인 플랫폼은 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 이유는 지배적 사업자 선정 기준이 매출액과 시장 점유율, 이용자 등을 분석할 때 서버가 해외에 있는 외국계 기업의 알고리즘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공정위에 제대로 공시되지 않아 규제할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배적 플랫폼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 극소수 국내 업체만 지정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국내 플랫폼 기업이 집중 타깃이 돼 ‘역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해외 플랫폼 기업도 적합한 규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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