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재 늘고 장기요양 양산”
노조 “일부 사례로 여론 호도”

정부 작년 “조 단위 혈세 샌다”
그러나 오늘 결과 크게 못 미쳐

[서울=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02.20.
[서울=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02.20.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정부가 산재보험이 악용되고 있다고 발표하며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여론을 호도하며 반발했다. 정부가 과거 강조했던 수준의 부정수급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조 단위의 혈세가 줄줄 샌다며 감사에 나섰지만 실제 확인된 액수는 한참 못 미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발표에서 “노무법인 등을 매개로 한 산재 카르텔 의심 정황 및 각종 부정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부정 사례의 의심 대표 사례로 ‘소음성 난청’을 꼽았다. 이 장관은 “노무법인이 소음성 난청 산재 승인을 목적으로 산재 환자에게 특정병원을 소개하고 진단 비용 등 편의 제공 후 과도한 수임료를 수수했다”며 “일부 산재환자는 소음성 난청 승인으로 약 4800만원을 지급받고 수임료로 1500만원(30%)을 노무법인에게 지급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소음성 난청은 법원 판례에 따라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사라졌다. 여기에 산재 인정 시 연령별 청력손실 정도도 고려하지 않아 과도한 보상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현재 산재 신청자 중 60대 이상 고령층 재해자가 전체의 93%를 차지하며, 신청 건수도 2017년 대비 6.4배(1만 4273건/2239건)가 증가했고, 보상급여액도 5.2배(1818억원/347억원) 급증했다.

이 장관은 “적기 치료 후 직장복귀라는 산재 목적과 달리 장기환자를 양산하는 요양 절차상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6개월 이상 장기요양환자가 전체 요양환자에 절반 수준인 약 48%다. 이 장관은 그 이유로 ▲상병별 표준요양기간의 부재 ▲요양 연장을 위한 의료기관 변경 제도 이용 ▲저조한 집중재활치료 실적 ▲민간산재병원 관리 부적정 등을 들었다.

[천지일보=안채린 기자] 대한항공 하청 노조가 3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조는 “대한항공 임원진들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으로 성과급 파티를 하는 동안 하청 정비사들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며 “인력 부족과 안전 시스템 부재로 인한 구조적인 중대산업재해에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관계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의 항공기 정비업무를 수행하는 하청 업체다. ⓒ천지일보 2022.5.3
[천지일보=안채린 기자] 대한항공 하청 노조가 3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조는 “대한항공 임원진들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으로 성과급 파티를 하는 동안 하청 정비사들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며 “인력 부족과 안전 시스템 부재로 인한 구조적인 중대산업재해에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관계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의 항공기 정비업무를 수행하는 하청 업체다. ⓒ천지일보 2022.5.3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부정수급 의혹 사례로 접수된 883건 중 486건(55.0%)이 부정수급 사례로 적발됐고 적발액은 약 113억 2500만원이라고 했는데, 지난해 산재 승인건수와 비교하더라도 0.3% 수준에 불과하며 보험급여 지출액 7조 2849억원과 비춰봐도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며 “극히 일부의 부정수급 사례를 가지고 산재환자 대부분을 실체 없는 ‘산재 카르텔’로 몰면서 공정하게 산재로 인정받은 노동자들까지 부정 수급자로 취급받는 등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실체도 없는 산재 카르텔로 산재 노동자 전체를 모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는 소음성 난청에 대한 법원 판결에 따른 보상에 ‘과도한 보상’을 운운하고, 업무로 인한 직업병도 고령 노동자는 산재로 신청하고 보상받으면 안 되는 것처럼 호도하면서 ‘위법행위로 이어지고 있다’는 근거 없는 망발까지 서슴지 않는다”며 “산재보험은 61세 이상부터 휴업급여는 감액 지급되고 있고, 장해급여의 경우 노동능력이 상실된 장해의 경우에는 매월 간병비만 450만원이 소요되는 현실에서, 뇌혈관 질환 산재노동자의 78세라는 나이와 월 675만원의 장해급여액만 든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경제규모 10위인 한국은 OECD 가입 혹은 ILO 가입 국가에서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 질병휴가제도, 상병수당 제도가 없다”며 “많은 노동자가 일하다 발생한 직업병을 산재로 신청 보상받지 못하고 있으며, 직업병을 치료하면서 본인 스스로 입증하고, 산재 처리의 각 단계마다 공단을 일일이 쫓아 다니면서 설명하고, 치료가 충분치 않아 업무에 복귀하지 못할 상황에서도 강제로 치료 종결되는 사례가 차고 넘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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