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지전문대 겸임교수 법학박사 이문성
(전)명지전문대 겸임교수 법학박사 이문성

학습은 학교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의 일생 전체에서 학습은 일어나며 어떤 학습을 선택하고 어느 정도로 관리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삶의 질 자체가 결정될 만큼 학습은 중요한 영역이다.

학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모범답안을 찾기보다는 학습에 대해 우리 사회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 어떠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아젠더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중요도를 평가함에 있어서 사실보다는 인식에 기반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세대가 ‘학습’이라는 단어에서 가지는 이미지는 ‘공포’이다. 학교교실 공간에서 교과과목 이수로 고생하고 성적순으로 평가되며 낙오자로 찍힐 수 있다는 ‘공포’ 분위기를 말한다.

불안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그러한 ‘수업’ 이미지는 학습에 대한 고정된 편견으로 우리 뇌리에 남아 있다.

하지만 ‘학습’은 수고스러움이 동반된 즐거움과 만족의 자발적인 길이다. 일단 학습은 수고스러움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아동기에 처음 글자를 배울 때 상당한 노력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러나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면서 부모의 도움 없이도 좋아하는 동화책을 선택하여 편한 시간에 즐길 수 있고, 독서의 대상을 넓혀서 만화책과 공상과학서적 등을 탐독하며 폭넓은 시각과 지식을 통해 만족스러움을 확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학습은 학교 안이라는 공간에 제약되지도 않는다.

부모와의 대화, 직장 동료와의 사소한 의견 교환 등에서도 끊임없는 정보수집과 선택이 반복하여 이루어지게 된다. 어느 HRD 소속 강사가 직장인을 상대로 직업교육을 실시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학습효과를 어디서 얻었는지를 조사했더니 답변은 ‘흡연장’이었다고 한다. 흡연장에서 주고받은 암묵적 지식의 거래와 교환을 통해 실제로 필요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성공학에서도 성공의 전제조건으로 성공을 경험한 이웃을 둘 수 있는 지역에서의 거주를 들고 있다. 그들의 모습과 대화를 통해 성공 노하우를 직간접적으로 체득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평생학습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습 기회를 얼마나 많이 접할 수 있는가. 질 좋은 학습내용을 언제 어디서나 큰 부담없이 습득할 수 있는가. 학습을 위한 노고를 지지하고 옹호할 수 있는 직장과 지역사회의 기반은 마련되어 있는가. 이러한 평생학습 지원체계는 사회구성원 간의 갈등과 격차를 해소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평생학습은 한 개인의 노력과 투자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여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이다.

사회는 격변하고 있다. 아버지가 사용한 3년 전 스마트폰을 물려준다고 흔쾌히 받는 자녀는 없다. 자녀에 보기에는 폐휴대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AI가 가져올 보다 빠른 속도의 기술적 변화는 사회문화적 충격을 필연적으로 가져오기 마련이다. 특히 중장년은 종전의 경험과 경륜을 토대로 또다른 인생 제2막을 설계하고 계획해야 하는 단계에 속하여 있으나, 세태의 변화가 급발진하는 상황에서는 쉬운 과제가 아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공약과 정부의 시책이 발표되고 있으나, 대부분 시설투자와 복지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람이 빠져 있다. 어떤 역량이 필요하고 무슨 학습이 수요되며 어느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부와 정치계의 고민을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예산을 분석해서 보면 10대와 20대의 학교 교육에 지나치게 자원이 편중되어 있다. 24년 교육예산에서 유아·초중등교육 81%, 고등교육 14%로서 학교교육에 95%를 배정한 반면에 전 세대가 향유해야 할 평생학습분야는 단 1%에 불과한 실정이다.

학습 영역에서 세대 간의 형평성이 이루어져야 하며, 학습은 인생 전반에서 이루어지는 생애주기별 과제라는 점을 정부 당국은 인식해야 한다.

정치계가 공약과 정책을 설계함에 있어서 보다 ‘사람’에게 투자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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