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 온실효과 영향 탄소比 86배 ‘최악’
2019년 이후 메탄 대량 발생 1천건 이상
아르헨·스페인은 방지 가능했으나 안 해
인도 등 매립지 관리… “관행 버려야”

2021년 3월 10일 인도 뉴델리 외곽의 발스와 쓰레기 매립지에서 주민들이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찾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1년 3월 10일 인도 뉴델리 외곽의 발스와 쓰레기 매립지에서 주민들이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찾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세계 기후 문제에서 가장 문제 중 하나는 ‘메탄’이다.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의 온실효과를 가지고 있어 인류에 큰 위협이 되는 메탄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대용량으로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의 폐기물 매립지에서 2019년 이후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1000건 이상 대규모로 누출됐다고 13일(한국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은 전 세계의 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아시아 국가와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은 폐기물 관리를 통해 누출을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메탄을 과다 배출했다고 지적했다.

매립지에서는 음식물 찌꺼기, 목재, 카드, 종이 등의 유기 폐기물이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때 메탄이 배출된다. 천연가스라고도 불리는 메탄은 20년간 이산화탄소보다 86배나 많은 열을 대기 중에 가둬두기 때문에 기후 행동의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도시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관리되지 않는 매립지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가 205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하면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새로운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1256건의 메탄 과다 배출 사건이 발생했다.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가 가장 많은 메탄가스 누출 국가로 꼽혔으며 아르헨티나, 우즈베키스탄, 스페인이 그 뒤를 이었다.

메탄이 세계 기후를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곳곳의 폐기물 매립장에서 메탄이 대용량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메탄은 유기 폐기물이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때 배출된다. 사진은 메탄 누출이 가장 극심한 지역 중 하나인 인도 수도 뉴델리의 쓰레기 매립장. (출처: 뉴시스)
메탄이 세계 기후를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곳곳의 폐기물 매립장에서 메탄이 대용량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메탄은 유기 폐기물이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때 배출된다. 사진은 메탄 누출이 가장 극심한 지역 중 하나인 인도 수도 뉴델리의 쓰레기 매립장. (출처: 뉴시스)

◆“매립지 문제 해결해야 메탄 잡힌다”

매립지 배출량은 애초에 유기성 폐기물을 덜 만들거나, 매립지에서 다른 곳으로 우회하거나, 최소한 매립지에서 방출되는 메탄의 일부를 잡아내 줄일 수 있다. 적절하게 관리되는 폐기물 시스템은 매립지의 유기물을 메탄 연료를 생산하는 바이오 소화조로 전환하거나 매립지를 덮고 가스를 포집한다.

이같이 메탄 누출을 막기 위한 조치는 다른 어떤 조치보다 지구 온난화를 더 빠르게 늦출 수 있으며 잡아낸 가스를 연료로 판매할 경우 비용도 적게 든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메탄 배출은 2007년 이후 가속화돼 오늘날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지구 온난화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폐기물의 분해는 인간이 유발하는 메탄 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화석 연료 운영은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며, 가디언은 2022년에만 석유, 가스 및 석탄 시설에서 1000건 이상의 슈퍼 배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중 상당수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와 논밭이 나머지 40%의 배출을 유발한다.

런던 대학교 로열 할러웨이의 메탄 전문가인 유안 니스벳 교수는 가디언에 “대규모 매립지는 엄청난 양의 메탄을 발생시키지만 불도저로 매립지 위에 흙을 덮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토양의 미생물은 메탄을 이산화탄소로 전환한다. 그러면 온실효과의 97%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국제 고형 폐기물 협회의 회장인 카를로스 실바 필호는 150개국이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의 30%를 줄이겠다는 세계 메탄 서약은 폐기물 산업의 배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메탄 감축은 지구 온도 1.5℃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카를로스 회장은 “우리가 폐기물 부문에서 메탄 배출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면 이는 판도를 바꿀 것이다. 전 세계 폐기물의 약 40%가 여전히 관리되지 않는 쓰레기 매립지로 보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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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 메탄의 근원 ‘쓰레기 산’… “지옥 같아”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는 2020년 이후 도시 쓰레기 매립지에서 최소 124건의 초미세먼지 배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도시의 과학 및 환경 센터의 리치 싱 박사는 전 세계 석유 및 가스 산업의 메탄 누출이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폐기물 부문에도 ‘긴급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도는 기후 위기의 영향에 극도로 노출돼 있어 메탄가스 감축이 특히 중요하다고 싱 박사는 덧붙였다.

인도에서는 2022년 4월 델리에서 시간당 434톤의 메탄이 대기 중으로 쏟아지는 최악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68만대의 휘발유 자동차가 동시에 운행할 때 발생하는 오염과 맞먹는 양이다.

델리의 악취 나는 ‘쓰레기 산’은 공기를 더럽힐 뿐만 아니라 폭이 수 ㎞, 높이가 60미터에 달해 근처에 살기에도 지옥과 같은 곳이다. 지난 5년간 인도에서 가장 큰 메탄 누출 사고가 발생한 가지푸르 매립지 옆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모하마드 리즈완(36)은 가디언에 “(매립지) 인근 주민들이 델리에서 가장 운이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작은 쓰레기 더미에서 거대한 산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여름에는 가스 때문에 매주 불이 나기 때문에 이곳은 더욱 역겨워진다. 숨을 쉬기가 불가능하고 모두가 병에 걸린다”며 “이곳에서 사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고 느껴지지만 집과 생계가 있는 곳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토로했다.

메탄은 대기 중 미량 기체로, 부피 기준으로 약 0.0002%에 불과하다. 싱 박사는 “하지만 인도의 일반적인 쓰레기 매립장에 가보면 (메탄이) 3~15%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라며 “메탄 화재는 정기적으로 발화해 발암 물질을 포함한 대기 오염을 도시 전체에 퍼뜨린다”고 말했다.

인도뿐만 아니라 작년 2월 파키스탄 라호르 인근에서도 폭발로 시간당 214톤의 메탄이 누출됐으며 2019년 이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약 100건의 메탄 대량 누출 사건이 발생했다. 이곳에서는 2020년 8월에는 시간당 메탄 230톤이 발생하기도 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위성에서도 2021년 이후 17건의 누출과 2023년 상반기에 4건의 대규모 누출이 관측되는 등 슈퍼 방출 이벤트가 포착됐다.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1월 23일에 기록된 시간당 25톤으로, 이는 3.9m 높이의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배기가스의 양과 맞먹는다.

메탄이 세계 기후를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곳곳의 폐기물 매립장에서 메탄이 대용량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메탄은 유기 폐기물이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때 배출된다. 사진은 메탄 누출이 가장 극심한 지역 중 하나인 인도 수도 뉴델리의 쓰레기 매립장. (출처: 뉴시스)
메탄이 세계 기후를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곳곳의 폐기물 매립장에서 메탄이 대용량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메탄은 유기 폐기물이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때 배출된다. 사진은 메탄 누출이 가장 극심한 지역 중 하나인 인도 수도 뉴델리의 쓰레기 매립장. (출처: 뉴시스)

◆일부 국가 개선… 남반구서 더 노력 필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매립지를 규제해 메탄 대량 누출에 대처하고 있다.

실바 필호 회장은 다른 곳에서 메탄에 대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것은 폐기물 부문의 낮은 인지도와 관련이 있다고 봤다.

그는 “폐기물은 여전히 간과되는 주제이며, 많은 국가, 주로 남반구에서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며 “폐기물이 도로변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폐기물이 회수 시설로 가는지 쓰레기 매립장으로 가는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눈앞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에만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매립지를 흙으로 덮는 것은 빠르고 저렴하지만 모든 오염 문제에 대한 부분적인 해결책일 뿐이라고 싱 박사는 지적했다. 싱 박사는 “인도와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 있는 대부분의 매립지는 과학적인 방식으로 건설되지 않았으며 매립 가스나 유해 폐기물을 수거할 수 있는 메커니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싱 박사는 조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인도 정부의 ‘클린 인디아 미션’ 정책에 따라 쓰레기를 보는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도 중앙오염통제위원회가 지금까지 3000개 이상의 쓰레기 매립지를 확인했으며, 오래된 매립 폐기물의 약 3분의 1이 처리됐다고 밝혔다.

싱 박사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행동보다 도시를 깨끗하게 하고자 하는 행동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탄의 기후 영향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전문적일 수 있지만, 누구나 깨끗한 도시를 보고 싶어 한다. 쓰레기 산은 황금 시간대 뉴스에 등장했고,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실바 필호 회장은 인도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칠레, 말레이시아 같은 국가에서도 쓰레기 매립지 조치를 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인구 증가는 주로 폐기물 인프라가 부족한 글로벌 남부에서 이뤄질 것이므로 현재의 (매립지) 관행을 계속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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