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현안과 종교 편향’에 대한 조계종 스님 설문조사
사후 재산 종단에 귀속시켜 공유물 돼야 한다는 입장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남긴 유산처리와 종단 3원체제 변경에 대한 종단 내 스님들의 의견은 어떨까.

도정·허정·진우스님 외 30명의 스님은 지난 5일~6일까지 불교계 진보성향 단체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에 의뢰, ‘종단 현안과 종교편향’을 주제로 조계종 3998명 스님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397명만이 설문에 응했는데 설문에 응한 대다수 스님은 승려의 사후 재산은 종단에 귀속시켜 공유물이 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자승스님의 사후 유산처리에 대해 응답자 97.3%(368명)는 자승스님 개인 유산이 조계종단에 귀속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96.9%(358명)는 환수하지 못한다면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전 총무원 기획국장을 지낸 진우스님은 “이것은 승려들의 생활 규칙을 설명하는 율장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것으로, 종단은 시급하게 스님들의 존중해 율장의 뜻에 맞게 자승스님의 유산을 회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조계종이 30년 만에 오는 3월 중앙종회에서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의 3원 체제를 총무원 단일 체제로 통합한다는 것에 대해 응답자 93.2%(365명)는 모든 스님에게 의견을 물어 종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진우스님은 “종단의 3원 체제는 권력을 분산하고, 전문성을 가지고, 민주적으로 종단을 운영하겠다는 개혁 종단의 상징이었다”며 “이번 설문 결과는 율장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대답으로 종단의 중대한 결정은 반드시 대중에게 의견을 물어서 결정해야 한다는 요구”라고 강조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십자가 그림이 담긴 설 선물을 보내 불교계가 반발한 것과 관련해서는 응답자 92.3%(366명)가 단순한 실수가 아닌 종교 편향적인 생각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고의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여겼다. 2020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명의의 설 선물로 육포가 불교계 인사들에게 전달된 일도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진우스님은 “종단의 현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면서 굳이 종교 편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이유는 많은 스님이 이번 사건이 고의적이라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유자청’ 상자 포장지에 십자가가 그려진 성당 그림이나 ‘잣’ 상자 포장지에 십자가가 그려진 교회는 사찰 주소를 붙일 때, 선물을 운반할 때, 택배회사에 맡길 때 등 실무자들이 언제든 발견할 수 있었고 확인 가능했음에도 이런 선물을 보냈다는 것은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자승스님은 지난해 11월 29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칠장사 요사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승스님은 '스스로' 입적을 선택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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