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의료계 ‘강대강’ 대치
의협, 15일 총궐기대회 준비
전직 의협 회장들 격한 발언
정부 “돌이킬 수 없는 지경”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면서 ‘총파업’ 등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 집단행동의 파급력을 키우는 역할을 했던 주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면서 ‘총파업’ 등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 집단행동의 파급력을 키우는 역할을 했던 주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19년 만에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파격적인 ‘2천명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료현장 곳곳에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의료계가 설 연휴 직후 집단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그 어떤 정부보다 의대 증원 의지가 확고한데다 강경대응 방침인 만큼 양측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12일 의사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자제를 요청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연휴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집단행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의협 산하 16개 시도 의사회는 오는 15일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이어 17일 서울에서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의협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뒤 첫번째 단체행동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지역과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 올해 고3 학생들이 입시를 치르는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현행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했다. 2035년까지 의사 1만 50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의료 인력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의대 정원이 늘어나게 되면 지난 2006년 3058명으로 조정된 이후 19년 만에 의대 정원이 확대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전현직 의협 임원을 중심으로 정부를 규탄하는 거센 발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자신의 SNS에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혼란이 재현될 수 있다며 “재앙적 결과가 국민의 몫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도 SNS에 “정부는 (의협) 회원을 겁박하는 치졸한 짓을 즉각 중지하라”면서 “의사 알기를 정부 노예로 아는 정부”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설 연휴에도 비상 대응 체제를 운영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면허 취소’를 비롯한 초강경 카드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의료법 59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복지부는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했던 지난 6일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해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로 상향하고,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금지 및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집단행동 구체화로 더 큰 진료 공백이 우려될 경우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올릴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대 정원에 관해서는 오래전부터 논의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책 실행의 타이밍을 여러 가지 이유로 번번이 놓쳤다”며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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