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한테 돈 안내는 나토국 공격하라고 장려할 것”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로 하여금 재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동맹국들을 공격하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대선 후보 경선 유세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어진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와 미국이 필요 시 방어하기로 약속한 31개국 동맹인 나토의 존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큰 나라의 대통령들 중 한 명이 일어나서 ‘만약 우리가 돈을 내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당신은 우리를 보호해 주겠느냐’고 하자 나는 ‘아니, 나는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들(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권할 것이다. 청구서를 받았으면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앤드류 베이츠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살인 정권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 대한 침공을 조장하는 것은 끔찍하고 정신 나간 일이며 미국의 국가 안보, 세계 안정, 국내 경제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비판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한 후 냉전 이후 줄였던 국방비 지출을 중단하고 2024년까지 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2016년 선거운동 기간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도력 아래 미국이 나토 조약 약속을 포기하고 동맹의 2% 목표를 충족하는 국가만 방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나토는 2022년 기준 31개 나토 회원국 중 2014년 3개국에서 7개국이 이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은 일부 나토 회원국의 추가 군사비 지출을 촉발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거의 3년째에 접어들고, 공화당 의원들이 우크라이나 추가 원조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점점 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이번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의 많은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 빠르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MSNBC 분석가이자 마더 존스의 워싱턴 DC 지국장인 데이비드 콘은 엑스에 “마치 트럼프가 러시아가 나토 동맹국을 공격하도록 부추기는 것처럼 들린다”고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