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딸 마사의 장례식을 치르는 모하마드 쇼만이 딸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딸 마사의 장례식을 치르는 모하마드 쇼만이 딸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스라엘 군대가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인구 230만명의절반 이상이 피난처로 삼고 있는 남부 도시 라파의 목표물을 폭격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가자지구에 지상 공격을 확대하지 말라고 경고한 지 몇 시간 만이었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밤새 공습이 라파의 주거용 건물 두 채를 공격해 팔레스타인인 8명이 사망했고, 세 번째 공습은 가자지구 중심부에 있는 유치원으로 개조된 피난민 쉼터를 겨냥해 최소 4명이 숨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가자지구의 급증하는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우려의 표현으로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표현이 가까운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가장 가혹한 비판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이 라파까지 지상 공세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워싱턴에서는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반발이 일었다.

미국 국무부는 “100만명의 피난처가 있는 지역에서 아무런 계획도, 생각도 없이 지금 그런 공격을 진행하는 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으며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관도 “우리가 지지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쟁이 5개월째 접어든 지금, 이스라엘 지상군은 여전히 라파 바로 북쪽에 있는 칸 유니스에 집중하고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라파가 다음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해 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라파 지역에서의 지상 작전이나 국경을 넘는 대량 이주가 이스라엘과의 40년 평화 조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집트의 우려도 불러일으켰다. 대부분 봉쇄된 가자-이집트 국경은 인도주의적 지원의 주요 진입로이기도 하다.

이날 자정 직후 라파의 쿠웨이트 병원 근처에서 주거용 건물이 공습을 받아 어린이 세명과 여성 한명을 포함한 알 사이드 가족 5명이 사망했다. 두 번째 라파 공습으로 3명이 추가로 숨졌다.

가자지구 중심부에서 유치원을 개조한 대피소가 폭격을 받아 4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부상당했으며,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들이었다. 목격자들은 건물이 폭격을 당했을 때 대피소에 있던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계속되는 지상 공세에 앞서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을 듣고 라파로 피신했다. 이곳에 약 140만명이 피난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피 명령은 현재 포위된 지역의 3분의 2에 해당하지만, 전쟁 초기에 민간인에게 철수 명령을 내린 가자지구 북쪽 절반에는 약 30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라파 같은 피난 지역에서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표적이라며 일상적으로 공습을 감행한다. 하마스가 민간인 지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책임은 이 무장 단체에도 있다.

최근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이스라엘의 4개월간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2만 7700명 이상이 사망하고 대부분의 주민이 집을 떠나고 인구의 4분의 1이 기아로 내몰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장기적인 전투 중단에 합의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인질 협상 요구를 거부했으며, 여기에는 전쟁 종식과 이스라엘에서 장기 복역 중인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백명의 석방이 포함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속적인 협상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면서도 하마스의 요구를 망상이라고 일축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