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사관 사학계에 맞서는 고고학자
2022년 홍성에 우리겨레박물관 개관
30년 동안 모은 자료 300여점 전시
“올바른 역사 통해 자부심 느꼈으면”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복기대 인하대학교대학원 융합고고학전공 교수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제가 축소시킨 우리 역사의 국경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복기대 인하대학교대학원 융합고고학전공 교수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제가 축소시킨 우리 역사의 국경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8.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최근 사극 드라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3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 남궁민은 사극 픽션 드라마인 ‘연인’으로 활약한 덕분이었으며 현재 KBS2에서 방영 중인 ‘고려거란전쟁’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극 드라마에 대한 일침을 가하는 사람이 있다. 복기대 인하대학교대학원 융합고고학전공 교수는 최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료를 기반으로 한 사극 드라마의 경우 파급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흔히 하는 말로 픽션 드라마이기 때문에 작가의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식으로 넘어가면 안된다. 그럴 것 같으면 역사적인 사람들의 이름이나 지명을 쓰지 말아야 한다”며 “드라마 제작진들이 픽션이라고 하면서 역사성을 넣어 시청자들에게 신뢰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복 교수가 지적한 드라마는 최근 방영되고 있는 KBS2 ‘고려거란전쟁’으로 드라마 속에서 삽입된 지도가 잘못됐다고 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사극이 얼마만큼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안다면 그렇게 못할 것”이라며 “지도는 눈에 보이면 기억에 바로 들어가기 때문에 오해될만한 내용을 넣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복기대 인하대학교대학원 융합고고학전공 교수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제가 축소시킨 우리 역사의 국경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복기대 인하대학교대학원 융합고고학전공 교수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제가 축소시킨 우리 역사의 국경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8.

◆ “일제에 의해 국경선 축소돼”

그가 지적한 지도는 고려와 거란의 전쟁이 벌어지는 지경(地境)에 대한 내용이다. 복 교수는 “고려와 거란이 전쟁할 때 압록강은 지금의 중국 요하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압록강을 오늘날의 압록강으로 설정하여 지도를 그리면 고려영토의 약 250㎞정도가 축소되게 된다는 것을 고려했어야 했다는 것이다”라며 “사실 현재 드라마에서 쓰고 있는 지도는 아마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와 있는 지도를 기본으로 한 것 같은데, 이 교과서에 실려 있는 지도가 고려의 실제 영토를 2/3이나 줄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원인으로 대일항쟁기 때 일제가 조작한 지도를 꼽았다. 그는 “1913년에 만들어진 지도인 조선역사지리를 지금까지 쓰고 있다. 이는 일제에 의해 우리 역사가 조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영토는 1909년 일본이 청나라와 간도협정을 맺으면서 획정된 것으로 일본은 이 틀을 바탕으로 1913년 ‘조선역사지리’와 ‘만주역사지리’를 편찬했다. 이 내용에는 한국사의 최대 판도를 현재의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정한 것이 담겨 있다.

그러나 복 교수는 “전해지는 사료들을 분석해 볼 때 고구려, 통일신라, 발해부터 고려, 조선의 영토는 모두 지금의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섰다”며 “그런데 일제의 조작으로 모든 국경선이 현재의 압록강 이남으로 설정됐다. 아쉬운 것은 최근 들어 우리 역사의 새로운 국경선에 대해 다시 밝혀지고 있음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드라마에 잘못된 지도를 삽입한 것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드라마의 내용에 일제가 조작한 지도가 삽입되면서 주변 국가들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불리하다”며 “오랜 논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 역시 일제가 조작한 지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의 교과서나 드라마에서 그대로 보여준다면 그들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것과도 같다”고 신랄한 비판을 이었다.

◆ 정확한 국경선, 우리 역사 자부심 커져

이처럼 복기대 교수는 고려의 영토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넓다고 주장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1992년 중국으로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하던 중 우리나라 고대사의 많은 부분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교수님들이 내주는 과제를 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보는 과정에서 고구려 장수왕이 천도한 평양성이 현재의 평양이 아니라 중국 만주에 있는 요녕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이런저런 자료를 분석해보니 삼한 관련 기록 중에 마한은 현재 중국 요녕성 남부지역에서 확인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복 교수는 “한국에 돌아와 순수고고학에 전념을 하기 위하여 유학시절 정리했던 역사 지리의 많은 자료들을 학계의 선배들이나 후배들에게 주면서 논문을 써보라 하였는데 아무도 쓰지 않았다. 오히려 빈정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학계에서는 그를 이단아와 같은 존재로 취급했다. 그가 직접 정리한 논문을 학술지 투고했으나 실어주지 않기도 했다.

이렇듯 복 교수는 여러 역사학자들과 끊임없이 논쟁을 벌이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꾸준히 한국의 국경사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구려 평양성이 오늘날 북한의 평양이 아닌 만주지역의 ‘평양’이었다는 것을 밝혔고 그의 연구팀에서 같이 활동을 했던 허우범 박사는 통일신라 북방한계 역시 지금의 원산만 이남이 아니라 중국 길림성 용정지역이라는 것도 찾아내는 큰 성과를 거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복기대 인하대학교대학원 융합고고학전공 교수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제가 축소시킨 우리 역사의 국경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복기대 인하대학교대학원 융합고고학전공 교수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제가 축소시킨 우리 역사의 국경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8.

그는 “처음에는 고구려 평양성이 고려 서경과 연관된 것을 생각하지 못해 잠깐 오류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며 “잘못한 것인가 생각하면서 중국의 역사책인 ‘요사’ ‘금사’ 등을 꼼꼼히 읽어봤다. 우리나라 역사 책들과도 비교해보면서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만주지역 관련 책을 굉장히 많이 보니까 글을 몰라도 책이 알려주는 것 같았다”며 “국경사 틀은 2차 방정식과 같다. 지금까지는 2차 평면도를 그린 것 같은데 이제 3차 입체도를 그리는 게 내 숙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구려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국경사가 잘못된 것을 깨달은 복기대 교수는 지난 2022년 자신의 고향인 충남 홍성에 ‘우리겨레박물관’을 개관했다. 민족 형성기부터 고조선, 고구려에 이어 고려까지 이어지는 내용을 담은 ‘우리겨레박물관’은 복 교수가 30년간 국내외로 모으고 기증을 받은 자료 중 3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박물관을 열 계획은 없었지만 형편상 멀리 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마음이 컸다.

그는 “많은 분들이 아직 오진 않지만 대부분 오면 4시간 이상 있다가 간다. 처음에는 작게 하려고 했는데, 형편상 우리의 역사 현장을 가기 어려운 이들이 왔을 때 자격지심이 느껴지지 않도록 제대로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지금과 같이 만들게 됐다”며 “앞으로 박물관을 조금 더 넓게 만들어서 학생들도 많이 찾아오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 교수는 “시민사학의 시대가 왔다. 지식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가 되면 좋은 세상이 온다. 10년, 20년이 될지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말 할 수 있는 법 테두리 안에서 역사학을 풀어놓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천문학을 갖고 있었다. 그것들을 복원하고 싶다. 천문학으로 우리만큼 발전한 나라가 없었을 것”이라며 “올바른 역사를 통해 우리의 역사가 굉장히 훌륭한 과학의 민족이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리고 꼭 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사극을 만드는 데 참여해보고 싶다고도 전했다. 일본이 조작한 역사가 아니라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에 실려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사극을 만들면 우리의 바른 역사를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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