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상징 ‘솔레다르 소금’ 잃어
러, 수입국서 수출국으로 등극
우크라, 광산 되찾고자 맹공격

[AP/뉴시스] 2023년 7월 우크라이나 병사가 동부 바크무트 전선에서 러시아 진지를 향해 122㎜ 박격포를 쏠 준비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2023년 7월 우크라이나 병사가 동부 바크무트 전선에서 러시아 진지를 향해 122㎜ 박격포를 쏠 준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지속된 가운데 인류에게 꼭 필요한 ‘소금’을 둘러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러시아의 영토가 된 돈바스 도네츠크 지역 소재 솔레다르 암염광(소금광산)을 빼앗긴 우크라이나가 소금 순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했다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8일(현지시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럽 ​​유수의 암염광이 있는 동부 도네츠크의 격전지 바흐무트 근교 솔레다르를 러시아군이 점령, 이곳 소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요즘은 아프리카로부터 저렴한 소금 수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반면 소금 순수입국이었던 러시아는 솔레다르를 자국 영토로 만든 뒤 소금 생산량이 증가, 일부를 중국 등 우호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는 소금을 공급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솔레다르는 ‘소금의 선물’이라는 뜻의 지명을 가진 도네츠크 지역의 일부다. 이름처럼 소금이 많이 나는 소금광산으로 유명하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까지 소금 순수출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최소 20개국 이상으로 솔레다르 소금을 수출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소금공장(제염소)이 들어선 솔레다르 지역의 소금은 우크라이나 국내 소금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우크라이나 국영통신사 등의 보도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러시아의 솔레다르 점령으로 제염소가 생산 정지에 이르렀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서부 자카르파차주 소금광산 개발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질상의 문제가 생겼고, 재정난까지 겹쳐 운반용 터널 건설이 좌절됐고 본격 가동에 이르지 못했다. 공사 완료까지는 앞으로 1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현지 미디어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바흐무트 솔레다르 소금 생산 중단 이후 폴란드에서 소금을 수입했다. 하지만 값이 너무 비싸 저가의 아프리카산 소금으로 전환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한국의 된장국 격으로 일상화된 ‘보르시치(러시아에서는 ‘보르시’로 부름)’ 스프 맛을 좌우하는 게 바로 소금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어떤 소금을 썼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고 믿고 있다. 국가의 자랑이던 솔레다르 소금을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되자 식사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이 주는 고통의 일환으로 큰 자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즈(NYT)는 “솔레다르 소금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랑이자 식탁의 상징”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솔레다르 소금광산들은 일종의 전리품이 됐다.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해 소금 생산량은 전년 대비 10.5% 늘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국내시장을 모두 충족하고도 남아 소금 여유분을 중국 등 우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핫토리 윤탁(服部倫卓) 홋카이도 대학 슬라브유라시아연구센터 교수는 “2021년까지는 우크라이나의 소금 수출이 확연했는데 2022년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에는 도리어 소금 수입이 급증, 소금에 관한 무역수지가 역전됐다”며 “게다가 2022년, 2023년 소금 수입액이 연간 1억 달러 가까이에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핫토리 교수는 “이는 우크라이나로서는 ‘자랑’을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실익이라는 관점에서도 매우 아픈 이야기”라고 논평했다.

핫토리 교수는 “돈바스 지방은 사실 석탄이 가장 유명해 지금까지 솔레다르 소금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바흐무트 솔레다르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섰지만, 최종 실패했다. 스푸트니크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10월 3일 당시 대반격 작전의 일환으로 바흐무트 솔레다르 방향으로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당시 러시아 남부군 소속 전투부대가 이를 완전히 무력화시켰다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 장관이 밝혔다. 쇼이구 장관은 “특별군사작전 구역에 주둔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탈환을 위해 여전히 맹공을 퍼붓고 있다. 스푸트니크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투부대는 7일(현지시간) DPR 지역으로 하루 81차례나 포격을 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범죄 문제에 대한 합동 통제 및 조정 센터(JCCC)’ DPR 대표 사무소는 “하루 전 총 70건의 포격을 감행했던 우크라이나 군은 지난 24시간 동안 여러 종류의 탄약 270발을 81차례에 걸쳐 사격했다”며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 1명과 비상부 직원 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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