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이유, 매주 가기 부담돼서”
구원 확신 10명 중 3명도 안 돼
목데연 “영적인 필요 채워줘야”

(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개신교 신앙을 갖고 있지만 교회엔 나가지는 않는 교인, 속어로는 ‘나이롱(진짜 행세를 하는 가짜) 성도’라고 불리는 가나안 성도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가나안 성도 중 19~34세 청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4명 중 1명(24%) 정도나 된다. 이들은 무슨 이유로 교회를 등지게 됐으며, 이들이 기대하는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나아가 이들에게 교회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은 있는 것일까.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는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교회가 없는 개신교인의 비율이 2012년 10.5%(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조사)에서 2023년 기준 10년 사이 2.5배(26.6%, 목데연 조사)나 증가한 결과를 확인한 후 ‘가나안 청년’에 초점을 맞춰 이들의 삶과 신앙을 들여다봤다.

지난해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9~34세 개신교인 남녀 1000명(교회 출석자 760명, 가나안 성도 240명)을 대상으로 한 목데연의 ‘기독 청년의 사회 인식 조사’에 따르면 가나안 청년 대다수(73%) 교회 이탈 시기는 대학교 이후였다. 이들은 신앙적 회의로 교회를 떠났지만, 가족을 매개로 신앙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이들이 기대하는 교회는 ‘따뜻함’과 ‘위로’가 있는 교회인 것으로 응답됐다.

◆10명 중 7명 이상, 고교 졸업 후 이탈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가나안 청년이 ‘교회에 처음 나간 시기’는 ‘모태신앙’인 경우가 44%로 가장 많았고, 이어 ‘초등학교’ 28%, ‘중고등학교 시절’ 14%로 초등학교 이전에 교회 다니기 시작한 비율이 73%로 나타났다. 반면 교회를 떠난 시기는 ‘(대학교) 졸업 후’가 42%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대학교’가 31%로 대학교 이후 이탈한 비율이 총 73%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청년들의 교회 이탈 러시(rush)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이들이 교회를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매주 교회 다니는 것이 부담스러워서’가 39%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신앙심이 사라져서’ 12%, ‘교회 다니는 것이 재미없어서’ 11%, ‘교인들의 말과 행동이 달라서’ 11%, ‘사회 문제를 대하는 부적절한 태도’ 4% 등의 순이었다.

이들의 신앙 수준은 어떨까. 73%의 가나안 청년이 ‘나는 하나님을 믿지만, 그리스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신앙 정도로 나타나 ‘교회 출석 청년’의 신앙 수준과 큰 차이를 보였다.

구원에 대한 확신에 있어서 ‘가나안 청년’과 ‘교회 출석 청년’ 간 인식 차이가 컸는데 ‘교회 출석 청년’은 10명 중 7명가량(68%)이 구원의 확신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가나안 청년’은 10명 중 3명이 채 안 되는(28%) 비율이 구원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3명, 신앙생활 연결 장치 ‘가족’

가나안 청년의 신앙생활의 이유로는 ‘마음의 평안(40%)’이 가장 많이 꼽혔고, 다음으로 ‘가족(28%)’, ‘구원(12%)’ 순이었다. 차 순위로 응답한 ‘가족’ 요인이 ‘교회 출석 청년’ 대비 크게 작용하는 점이 특징적으로 ‘가족’이 신앙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연결 장치이자 안전망인 셈이다.

‘신앙 성장에 도움받는 것’ 역시 가나안 청년은 ‘신앙생활의 이유’ 1위로 언급한 ‘가족’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교회 출석 청년’이 ‘출석 교회 예배·설교(29%)’를 신앙 성장에 있어 가장 큰 도움 요소로 응답한 데 반해 ‘가나안 청년’은 ‘가족(27%)’, ‘미디어(21%)’, ‘QT(13%)’ 순으로 나타나 ‘가족’과 ‘미디어’가 신앙 성장에 큰 도움 요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3명 중 1명 “교회로 되돌아올 생각 있다”

가나안 청년에게 교회로 다시 돌아올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3명 중 1명(33%)이 교회 재출석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교회 재출석 의향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30대보다는 20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가나안 청년’에게 기독교에 대한 9개 이미지를 제시하고 그중 가장 기독교 이미지에 가까운 것을 1개만 선택하게 했더니 ‘사람을 위로하는’ 이미지가 가장 많이 선택됐다. 또 목사의 이미지 10개를 제시하고 물은 결과, ‘경건한(17%)’, ‘존경받는(15%)’ 등 긍정적 이미지와 함께 ‘권위적인(15%)’, ‘위선적인(13%)’ 부정적 이미지가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출석 청년’과 비교했을 때 ‘경건한’ 이미지는 다소 낮고, ‘위선적인’을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과거 교회에 아쉬웠던 점 ‘따뜻함’ ‘위로’

가나안 청년들에게 과거 출석 교회에서 아쉬웠던 점을 물은 결과, ‘예배’에서는 ‘좀 더 따뜻한 위로’가 아쉬웠다는 의견이 높았고, ‘청년 성도 돌봄 방향’에서는 ‘따뜻한 위로와 포용 태도’를 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나안 성도 증가세에 대해 목데연은 “가나안 성도의 증가를 위중하게 생각하고 공동체 활동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가나안 성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교회와 공동체가 교인의 영적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교회는 되돌아오는 가나안 청년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교회가 할 일은 이들이 돌아왔을 때 실망하지 않는 교회를 만드는 일, 더 나아가 교회 내 청년들이 더 이상 이탈하지 않도록 교회 예배·리더십·교육·문화 모든 영역을 청년들의 눈높이에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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