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대선) 이후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국회의원 또는 안보 전문가 등이 대만을 속속 찾고 있다. 사진은 24일 대만을 방문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 소위원장인 아미 베라 의원(민주당, 맨 오른쪽)과 미 의회 대만 코커스의 공동의장인 마리오 디애즈발라트 의원(공화당, 오른쪽에서 두 번째). (출처:  주대만 미국상공회의소 엑스 캡처)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대선) 이후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국회의원 또는 안보 전문가 등이 대만을 속속 찾고 있다. 사진은 24일 대만을 방문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 소위원장인 아미 베라 의원(민주당, 맨 오른쪽)과 미 의회 대만 코커스의 공동의장인 마리오 디애즈발라트 의원(공화당, 오른쪽에서 두 번째). (출처: 주대만 미국상공회의소 엑스 캡처)

[천지일보=이솜 기자]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꾀하는 친미 집권 민주진보당(DPP)의 라이칭더(Lai Chingte) 당선인이 지난 13일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승리했다. 민진당의 3연임 집권이 확정되자 중국 압박을 강화하려는 미국과 그 동맹국 일본, 한국이 속속 대만으로 집결했다.

미국과 일본의 국회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해 라이 당선인을 지지하기 위해 대만을 방문 중인 가운데 한국도 오는 3월 한국에서 개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 준비차 반중 성향의 학자들이 대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지지통신은 25일 미국 워싱턴발 기사에서 “미 해군은 24일 구축함 존 핀이 대만 해협의 국제 수역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3일 대만 총통 선거 후 처음으로 무력 침공 신호를 보내는 중국을 견제할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 해군은 성명에서 “모든 나라의 항행의 자유를 지킨다는 미국의 책무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대만 해협 통과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어떤 구성원도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포기하도록 위협받거나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대만 민진당 소속 전임 차이잉원 총통 집권 당시부터 대만과 공공연한 군사협력을 과시했다.

일본 매체 보도에 따르면, 대만 군사 정보국은 총통 선거를 한달여 앞둔 지난해 12월 초순 일본 측에 잠수함 감시 능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달 13일 동중국해에서 대만을 지원하기 위한 잠수함을 파견한 바 있다. 이에 대만이 일본의 군국주의 근육을 키워주고 있다는 논평도 나온다. 일본은 지난해 3월 대만과의 정부 고위급 회담 이후 사실상 대만 주재 일본대사관 역할을 하는 일본-대만교류협회 타이베이 사무소에 일본 방위성 관리를 파견했다.

일본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를 공공연히 퍼뜨리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일본 일간 요미우리신문 25일 보도에 따르면 도쿄도는 신년도부터 외국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주민들이 일정 기간 체류할 수 있는 ‘지하 쉼터’를 도내에 정비할 방침을 굳혔다.

일본은 ‘국민보호법’에 따라,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 긴급히 피난할 수 있는 시설을 지정하고 있다. 이는 작년 4월 현재, 학교나 공공시설 등 약 5만 6000곳에 이른다. 요미우리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대만 유사에 대비하는 것을 염두에 둔다”고 설명했다.

대만해협 항행한 美해군 구축함 (동중국해=연합뉴스) 미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유도탄구축함 '존 핀'호가 24일(현지시간) 동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미7함대는 구축함이 이날 대만해협을 지났다고 밝혔다. 2024.1.24
대만해협 항행한 美해군 구축함 (동중국해=연합뉴스) 미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유도탄구축함 '존 핀'호가 24일(현지시간) 동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미7함대는 구축함이 이날 대만해협을 지났다고 밝혔다. 2024.1.24

◆선거 끝나자마자 대만 향한 美 의원들

미국은 대만의 지정학에 외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미국과 대만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미국 상·하원의원 144명이 참여하는 ‘대만 간부회의(Congressional Taiwan Caucus, CTC)’의 공동의장인 아미 베라(Ami Bera)와 마리오 디아즈 발라트(Mario Diaz Balart)가 선거 후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기 위해 24일(한국시간) 대만에 도착했다.

CTC는 “성공적 민주 선거 이후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민주적 가치에 대한 공동의 의지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며, 미국과 대만 간의 강력한 경제 및 국방 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일본과 미국 모두 대만과 정식 수교를 맺고 있지 않다. 일본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대만 고위 관료들과의 교류를 촉진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일본 의회와 대만 의회 양자협의회는 미·일·대만 3자 전략 대화를 위한 일본의 연락관 역할을 한다. 일본은 라이 당선인이 취임하는 5월 대만에서 3자 전략 대화 개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이런 흐름과 관련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중국 언론들은 “이번 방문은 중국 본토와 대만, 중국과 미국 사이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지만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민진당 후보의 총통 3연임이 확정된 직후 미국과 일본이 대만에 집결하는 상황에 대해 “일본 국회의원들은 라이 당선인의 차기 행정부가 양안 관계를 긴장으로 몰아가도록 이끌기 위해 미국 및 대만 의원들과 만나 전략 대화를 주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미국의 노력과 압박에도 대만 정부에 대한 국제적 지지는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언론들은 “대만은 8년 만에 10개의 외교 동맹국을 잃었고, 호주는 최근 베이징이나 타이베이 본토에 외교적 인정을 부여하려는 투발루의 결정을 방해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필리핀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재차 강조했으며, 섬의 선출된 행정장관(총통)을 축하하는 것은 일반적인 예의였다”고 대만 총통 선거 자체의 의미를 깎아내렸다.

한국도 대만으로 결집해 중국 압박에 나선 미일의 군사적, 외교적 움직임에 합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교가에 따르면, 오는 3월 한국에서 개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 준비차 반중 성향의 한국 외교 안보 전문가들이 지난주부터 10일간의 비공개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지난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결성된 국제회의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의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한 아시아 동맹국들의 지지를 공고히 하는 모양새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