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하마스 소탕·인질구출 동시”… 리더십 교체 요구 시위
푸틴 찾아간 러 여성 “팔다리 잃은 ‘통나무’로 보낼 셈이냐” 분노

하마스 무장단체가 가자지구에 억류한 이스라엘 인질들의 가족과 이와 함께하는 지지자들이 22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 있는 이스라엘 의회 안으로 난입해 인질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사진은 이스라엘 의회 채널 캡쳐 
하마스 무장단체가 가자지구에 억류한 이스라엘 인질들의 가족과 이와 함께하는 지지자들이 22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 있는 이스라엘 의회 안으로 난입해 인질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사진은 이스라엘 의회 채널 캡쳐 

[천지일보=방은 기자] 코로나19 펜더믹 시대가 지나면서 세계 곳곳에서 발발한 전쟁에 나간 군인·인질의 가족 목소리가 애끓는다.

22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 가족들과 만나 “하마스에 의한 진정한 제안은 없다. (인질 석방 제안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세 가족이 하마스에 붙잡힌 한 여성은 이날 “한명이라도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어, 세명 중 한명이라도!”라며 울부짖었다. 이날 다른 시위자들도 함께 “당장, 당장, 당장 그들을 풀어 주라!”고 외쳤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로 끌려간 인질 240여명 가운데 아직 130여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사망한 것으로 이스라엘군은 파악하고 있다.

가족들과 이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해안 자택과 의회 건물 밖에서도 진을 치고 계속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아들의 아버지인 엘리 스티비는 “우리는 인질들이 돌아올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대가로 이스라엘에 항복을 요구한다면서, 하마스의 요구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하마스 고위 관리인 사미 아부 주흐리도 네타냐후 총리의 군사작전 종료 거부에 대해 “이는 포로들의 귀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인질 가족들은 지난해부터 전쟁 중단과 인질 석방 협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특히 최근 주말 정기 집회에서는 네타나후 정권 퇴진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고, 이날은 인질 가족들이 예루살렘에서 열린 크네세트(의회) 위원회 회의장에 난입해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등 행동 수위를 높였다. 이날 약 20명의 인질 가족들이 취한 의회 난입은 하마스를 상대로 한 전쟁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이스라엘 국내에서도 반전 의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앞서 2023년 이스라엘 반정부 시위는 지난해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 이후 중단됐다. 그러나 이스라엘 여론 조사에 따르면 가자에서 전쟁이 4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리더십 교체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한 징집된 러시아 병사의 가족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0일 러시아 병사 아내들의 모임인 ‘집으로 가는 길’의 소규모 대표단이 모스크바에 있는 푸틴 캠프를 방문해 병사들의 귀환을 요구했다. 러시아 병사 아내들은 이날 오는 3월 대선에서 5선을 노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선거운동본부를 찾아가 남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 중 남편이 2022년 10월 우크라이나 전선에 끌려간 마리아 안드레예바는 푸틴의 운동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내 남편이 우크라이나에 있어야 한다는 법령을 발표했다. 나는 푸틴 대통령이 언제 내 남편이 집에 돌아와도 된다는 법령을 발표할 것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캠프의 한 여성이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 군인들이 조국을 지키고 있으므로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안드레예바는 그와 언쟁을 벌였다. 안드레예바는 “그래서 다음은 무엇이냐”라면서 “국방부가 돈을 썼으니 이제 우리는 우리 병사들의 모든 것을 짜내고 마지막 생명까지 앗아가야 하느냐 그래서 그들이 우리에게 (팔다리가 절단된) 통나무 꼴이 돼서 돌아오고 있느냐”라고 절규했다. 이날 병사 가족들의 시위는 거의 2년이 지나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전쟁에 대한 이들의 분노와 절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외신은 설명했다.

최근 수 주간 모스크바와 일부 대도시에서 징집병 아내들이 남편의 귀환을 요구하는 소규모 거리 시위를 벌이는 등 러시아에서 전쟁에 동원된 남편과 아들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 당국은 장병 가족에게 시위를 자제하는 대가로 더 많은 현금 지급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러시아 독립 매체와 장병 배우자들이 전했다.

하마스 무장단체가 가자지구에 억류한 이스라엘 인질들의 가족과 이를 함께하는 지지자들이 22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 있는 이스라엘 의회 크네세트 밖에서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손에 쓴 히브리어에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쓰여 있다. (출처: AP, 연합뉴스)
하마스 무장단체가 가자지구에 억류한 이스라엘 인질들의 가족과 이를 함께하는 지지자들이 22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 있는 이스라엘 의회 크네세트 밖에서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손에 쓴 히브리어에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쓰여 있다. (출처: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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