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대법원 판결 반영”
노동계 “시대적 흐름 역행”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 차관은 설문조사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며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 차관은 설문조사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며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고용노동부가 ‘일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으로 주 52시간제 위반 여부는 판단해야 한다는 최근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행정해석을 달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노동부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1일 법정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한 시간은 연장근로’라고 규정했던 기존 행정해석을 ‘1주 총 근로시간 중 1주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이 연장근로’로 변경한다고 22일 밝혔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 근로시간이 40시간, 1일엔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당사자 간 합의가 있다면 1주 12시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도 주 52시간 근무가 가능하다.

정부는 그간 주 전체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만 아니라 하루 8시간을 넘는 연장근로시간을 합쳐 총량이 주 12시간을 넘길 때에도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판단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사업자에 대해 판결을 내리면서 “연장근로 초과는 1일 8시간을 초과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1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판결 이후 노동부는 현장 노사를 비롯한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어 노동부는 “다양한 의견 수렴과 더불어 법의 최종 판단과 해석 권한을 갖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행정해석을 변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의 이번 해석 변경은 현재 조사 또는 감독 중인 사건부터 바로 적용된다. 노동부는 “이번 판결로 현행 근로시간 제도의 경직성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면서도 “(노동자들의) 건강권 우려도 있는 만큼 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구시대로의 회귀”라며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산술적으로 하루 최대 21.5시간 일을 해도 위반이 아닌 것이 됐다”면서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도외시하는 퇴행의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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