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관련
서울고검, 18일 재기수사 명령
경쟁자 매수·하명수사 등 관여
조국 “검찰 칼질 지긋지긋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출처: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서울고검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불기소 처분했던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18일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재기수사 명령은 지난해 11월 이 사건의 1심 선고가 이뤄진 지 50일 만이다. 법원이 ‘하명 수사’ 등 선거 개입의 실체를 인정하며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등 핵심 당사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검은 이날 “기존 수사기록, 공판기록 및 최근 서울중앙지법 판결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울산경찰청 하명 수사 및 울산시장 후보자 매수 혐의 부분에 관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서울중앙지검에 재기수사를 명했다”고 밝혔다.

재기수사 명령은 상급 검찰청이 항고나 재항고를 받아 검토한 뒤 수사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재수사를 지시하는 절차이다. 재기수사 명령이 있으면 불기소한 사건에 새로운 사건번호를 부여해 다시 수사하게 된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지난 2018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당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고문을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20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등 13명을 기소하면서 조 전 수석과 임 전 실장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국민의힘은 2021년 4월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했다.

지난해 11월 1심 법원은 송 전 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송 전 시장은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 등과 함께 2017년 9월 당시 울산시장이던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의 재선을 막기 위해 각종 비위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에게 전달해 수사를 청탁한 혐의를 받았다.

‘하명 수사’를 한 황 의원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황 의원이 김 전 대표를 수사할 수 있도록 청와대가 수집한 각종 비위 정보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고, 송 전 부시장에게도 징역 3년이 선고됐다. 다만 재판부는 경쟁 후보자 매수 의혹으로 유일하게 구속된 한병도 의원(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서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검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수사 결정을 통해 1심 재판에서 제시된 추가 증거를 고려하고, 법원이 “수사를 청탁한 점이 인정된다”는 판단을 고려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검이 해당 의혹 관련 첫 공소제기 후 4년 만에 재기수사 결정을 내리면서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송 전 시장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단독 공천받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송 전 시장의 경쟁자였던 민주당 임동호 전 최고위원과 심규명 변호사에게 다른 자리를 제안하면서 경선 불출마를 종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이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에 개입한 의혹도 받는다.

이처럼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로 일단락된 듯했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검찰이 다시 칼을 빼들면서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전 대통령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핵심 최측근인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통해 문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가 나올 경우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해석이다.

조국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재기수사 명령과 관련해 “끝도 없는 칼질이 지긋지긋하지만 검찰이 부르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됐을 때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도 않았고, 이후 불기소처분을 내렸다”며 “1심 재판이 내려졌고 저와 관련한 사실 관계는 변함이 없을 텐데, 의도가 무엇인지 가히 짐작이 간다”고 ‘정치 보복 수사’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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