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민감분야 등 관계 더 발전”

북 “한반도 등서 공동행동 적극화”

북러 밀착 가속화로 신냉전 고착 우려

푸틴 답방 시점은 3월 러 대선 전후될 듯

(모스크바 epa=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크렘린 풀] 2024.1.16
(모스크바 epa=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크렘린 풀] 2024.1.16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 협력을 포함해 전방위로 밀착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예방을 계기로 양측이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의지를 다졌기 때문인데, 북러 결집 강화로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가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시에 최 외무상이 푸틴 대통령의 이례적인 환대를 받으면서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가능성이 현실화된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동북아 정세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북러, 양측 관계 발전 의지 강조

북러는 공히 양측 관계 발전 의지를 드러냈는데, 러시아는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염두에 둔듯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발전시키자고 밝혔고, 북한은 한반도 등에서 적극적으로 공동행동을 하자고 화답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과 최 외무상의 전날 면담 내용과 관련해 “대체로 양자관계, 한반도 정세, 가장 시급한 국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주요 초점은 양자 관계 발전이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이 전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반복해서 말했다”며 “우리는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감 분야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북러 간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이 아니겠느냔 분석이 많다.

북한도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최 외무상의 푸틴 대통령 예방 소식을 전하며 면담에서 “조로 친선관계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 전반적인 쌍무관계의 역동적인 발전을 추동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보장을 위한 공동보조와 호상협동을 긴밀히 해나가려는 쌍방의 입장이 재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전날 낮 북러 외무장관회담에 대해서는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정세를 비롯한 여러 지역 및 국제문제들에서 공동행동을 적극화하기 위한 심도있는 의견교환을 진행하고 견해 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양측 발표를 종합하면 외무장관 회담과 크렘린궁 방문을 제외한 최 외무상의 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경제, 군사 등 다양한 분야의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러 간 연대 행보가 속도를 내는 양상이라 올해는 더욱 진영 간 결집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선희 환대’ 푸틴, 답방 무르익었나

최 외무상은 전날 낮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저녁 크렘린궁을 방문해 푸틴 대통령에게 회담 내용을 브리핑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의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에 대한 답방 성격의 북한 방문 일정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날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최 외무상을 직접 만난 점 등에 비춰 최 외무상의 방러 기간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논의가 어느 정도 무르익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 외무상이 푸틴 대통령과 면담한 것만으로도 북러 관계가 한층 깊어졌고,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이 진전됐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푸틴 대통령이 다른 국가 외교 수장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러시아를 찾는 외국 고위 인사 범위가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최근 푸틴 대통령이 접견한 타국 외교 수장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정도가 다 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스코프 대변인도 전날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의제에 있다”면서 “상호 협의로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북이 조만간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외교 채널을 통해 합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 시점은 푸틴 대통령이 5선에 도전하는 오는 3월 대통령 선거가 기점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방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서 나오지만, 선거 전 북한을 찾아 양측 간 밀착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풀이인 셈이다.

푸틴 대통령의 올해 북한 방문이 이뤄진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였던 지난 2000년 7월 이후 약 24년 만이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지 약 4개월 만에 북한을 찾았다. 그는 옛 소련과 러시아를 통틀어 북한을 방문한 첫 러시아 최고 지도자로 기록됐다.

◆“답방 현실화” 관측 속 미정부 우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수락한 데 이어 이번 최 외무상의 방러를 계기로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이 현실화됐다는 진단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다만 지난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도 관련 내용이 나왔지만 답방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는 북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가능한 얘기다. 러시아는 무기 지원이 필요하고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 등 국방력 강화라는 이득의 일치가 있었기 때문인데, 특히 북한은 북러 밀착을 확대해 신냉전 외교를 북중러로까지 적극 활용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대신 북러 밀착 가속화로 인해 무기 거래에 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 지정학적으로 맞닿아 있는 직접적 당사자인 한국 정부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18일(한국시간)에는 한미일 북핵 수석 대표가 두달 만에 만나서 북러협력 등 무기 거래에 대해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미국 정부도 브리핑을 통해 우려를 내비쳤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최 외무상이 러시아를 찾아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과 관련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에 위반되는 행위임을 재차 강조하며 북한의 도발 자제와 외교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를 제공하고,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러시아가 스스로 지지했던 여러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도 “우리는 북러 관계에 대해선 여러 차례 분명히 언급해 왔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침략을 위해 러시아에 무기가 제공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향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을 두고서는 “북한이 더 이상의 도발 행위나 성명 발표를 자제하고 외교로 돌아오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고 한반도에 지속적인 평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확인하는 실질적 논의에 참여하길 바란다”며 “미국은 북한을 향해 적대감을 품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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