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단지서 ‘N차’ 줍줍까지
주변 시세比 높은 분양가 탓
경쟁률 높아도 ‘완판’ 미지수
“과거처럼 시세차익 어려워”

서울의 한 견본주택에 청약 수요자들이 모여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의 한 견본주택에 청약 수요자들이 모여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서울 부동산 업계에서 유행했던 ‘청약불패’ ‘묻지마 청약’도 옛말이 되고 있다. 청약에 당첨되고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통상 일반공급에서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무순위 청약 일명 ‘줍줍’을 진행하는데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고금리와 높은 집값으로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인 현제 청약시장의 매력이 과거보다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청약이 아파트 매매보다 가격면에서 유리했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분양가도 올랐고, 나중에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졌다는 분석이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입주를 앞둔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지난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전체 771가구 중 미분양 158가구의 무순위 청약 2차 접수를 진행했다. 무순위 청약에는 총 696명이 몰려 4.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만 앞서 두 차례 ‘무더기 미계약’ 사태가 발생해 ‘완판’을 보장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지난해 9월 전체 771가구의 1·2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당시 경쟁률은 14대1로 순조롭게 완판될 것이란 기대를 얻었다. 하지만 계약 포기자가 대거 발생했고, 이후 3개월간 진행된 선착순 계약에서도 197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단지는 지난해 12월 말 미분양 197가구를 분양했고 총 291명이 몰렸다. 다만 실제 계약은 39가구에 그쳤고, 결국 지난 16일 2차 청약을 진행하게 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단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전용 84㎡ 분양가는 12억 7천만~13억 8천만원대다. 인근에 있는 상도더샵1차(지난 2007년 준공) 전용 84㎡는 최근 12억 3천만원에 거래됐다.

1·2순위 청약 완판 후 계약포기자가 속출하는 사례는 해당 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분양에 나선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도 1·2차 청약에서 평균 17.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계약포기자가 속출했다. 결국 미분양 물량 15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2차례 진행했다. 반복되는 무순위 청약에서도 계약포기자가 속출하면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같은 시기 청약을 진행한 동대문구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도 계약 포기자가 속출했다. 단지는 지난 2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고, 여전해 15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2차 무순위 청약을 넘어 5차, 8차 무순위청약을 진행한 단지도 있다. 강동구 ‘중앙하이츠 시티’와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는 지난 15∼16일 각각 5차, 8차 무순위 계약을 진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풀린 영향으로 분양가가 많이 뛰었다”면서도 “수요자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어 서울에서도 이제는 ‘묻지마 청약’이 아닌 ‘옥석 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하락장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과거처럼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청약불패’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사비는 최근 몇년 새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152.54다. 이는 전년 11월(147.63)보다 3.32%, 지난 2020년 11월(120.59)보다 31.95%나 상향 조정된 수치다.

다른 통계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서도 지난해 11월 전국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1710만원으로 전년 1월(1417만원)보다 20.68% 올랐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공급면적 32~34평) 기준으로는 9962만원이나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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