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한국을 향해 ‘주적’ ‘전쟁’ ‘초토화’ 등 말폭탄을 쏟아낸데 이어, 이번에는 한국을 완전 점령하는 것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것이다. 그는 “공화국이 대한민국은 화해와 통일의 상대이며 동족이라는 현실 모순적인 기성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철저한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한 이상 주권행사 영역을 정확히 규정짓기 위한 법률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우리나라 헌법에 해당하는 노동당 규약에 오래전부터 적화통일을 명시하고 있었지만 현실성이 없었다. 군사력, 경제력 등에서 우리나라에 열세이었기에 적화통일 주장은 다만 꿈일 뿐이었다. 하지만 핵무력 고도화에 성공한 북한은 최근 들어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대남도발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새해들어 북한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김 위원장이 “북남은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니다”라며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남북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1월초 3일 연속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연평도 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북에 포사격을 실시했다. 15일에는 전날 극초음속 고체연료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남북회담과 남북교류업무를 담당해 온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도 폐지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14일 러시아 방문길에 오른 것은 더욱 우려스럽다. 북·러 외교장관은 그간의 무기 거래와 기술이전에 대한 평가와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에 따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평양 답방 여부를 논의할 공산이 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에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의 사용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불순한 거래’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직시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연초에 북한 도발이 이어지는 데 대해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와도 다르다”며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이다.

‘전쟁이냐 평화냐’ 협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칭하며 대남 노선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선언한 이후 윤 대통령의 첫 언급이다.

정부는 북한의 실제 도발 감행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는 동시에 남남갈등과 한미일 균열을 노리는 북한의 전략적 의도에 말려들지 않도록 냉정한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통한 확장억제와 한미일 협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 하에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며 다각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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