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野 주도 안조위 통과
국민의힘 “일방적 입법 독주”
민주당 “악의적으로 왜곡해”
전문가 “野, 총선 앞 표심 호소”

15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윤준병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1.15
15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윤준병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1.15

[천지일보=김민철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야당에서 윤석열 대통령 1호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일부 수정한 채 재강행한 것을 두고 격돌했다. 이 가운데 2호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간호법 향방에도 이목이 쏠린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윤준병·신정훈·이원택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전날 오후 안건조정위원회 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건의 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이달곤·정희용 의원은 야당 주도의 강행 처리에 반발하면서 의결 직전 퇴장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 민주당 강행 처리, 대통령 거부권 행사, 재표결 결과 부결 등으로 폐기됐다. 윤준병 의원은 지난해 5월 해당 개정안을 수정 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회부한 바 있다.

기존 개정안과 다른 점은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모두 매입한다’는 내용에서 ‘미곡 가격이 폭락하거나 폭등하는 경우 미곡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거나 정부관리양곡을 판매하는 등 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한다’고 바뀐 것 등이다. 정부 의무 매입 부분이 완화된 것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5.

국민의힘은 수정된 개정안 또한 정부의 시장개입 조항이 담고 있어 반대 입장을 표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안조위를 통과하자 격돌했다.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안조위 취지를 깡그리 무시한 날치기 통과”라며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킨 비민주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거야의 일방적인 입법 독주를 중단하고 농업과 농촌발전, 국민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이 진정 무엇인지 고민하길 바란다”며 “지금과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오는 4월 총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폐기된 개정안과 다른 점을 강조하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정책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안건조정위를 통과한 법 개정안에 따른 농산물가격안정제도는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 중이고 우리나라 7개 광역 지자체와 62개 시군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며 “기존 양곡관리법과 다른 내용의 법안임에도 악의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정부에 재량권을 준 조항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마저도 협상 여지가 있다고 누차 밝혔음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건조정위 심의도 하기 전에 퇴장해 협의가 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5.

이번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은 지지층 결집 시도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농민들에게 약속한 정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농민들의 표심을 호소하는 내용을 반드시 통과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2호 법안에도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에서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행보를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간호법의 경우 민주당 강행 처리로 지난해 4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재표결 결과 부결로 폐기 수순을 밟았다. 이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해당 법안을 수정·보완해 지난해 11월 발의했다.

수정된 내용은 논란이 된 ‘지역 사회’ 개념을 장기요양기관 등으로 구체화해 간호사 단독 개원 가능성을 차단했고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자격 조항을 ‘고등학교 졸업 이상’ 등으로 일부 수정했다.

만일 해당 법안이 복지위 전체회의에 올라올 시 양곡관리법과 같이 여야 간 극한 대립 구도를 이룰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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