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 지우기 나선 김정은

“내부 불만 돌려 대내 결속 의도”

尹맞불 대응… “총선용 긴장 조장”

시정연설하는 북한 김정은 (출처: 연합뉴스)
시정연설하는 북한 김정은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남북 정상이 대남, 대북 관련 정책을 담은 신년사로 맞붙더니 또 서로에게 적대감을 드러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연일 ‘주적’ ‘전쟁’ ‘초토화’ 등 표현으로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고 전날에는 ‘대남 주적 헌법 명기’ 등 거친 발언을 쏟아내자 16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반민족적 집단’ ‘도발 시 몇 배 응징’ 등의 단어로 거칠게 맞대응한 것이다.

남북이 강대강 기조에 방점을 둔 채 새해 벽두부터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적의감을 드러내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가 한껏 고조되는 등 심상찮은 모습이다. 다만 무력행사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남북 모두 ‘적들이 건들지 않으면’, ‘도발한다면’ 등으로 일방적이 아닌 조건부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 가운데 특히 북한의 행보가 우려스러운 건 신년사를 대체한 연말 전원회의 보고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관계로 규정한 데 이어 대남기구를 폐지하고 연일 전쟁을 통한 ‘영토 평정’ ‘초토화’를 거론하는 것은 물론 통일의 개념과 정신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까지 추진하는 등 남북 관계 지우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김정은 “헌법에 ‘대한민국 제1적대국 명기해야“

포문은 김 위원장이 열었다. 최근 위협 수위를 계속해서 높여왔던 그는 전날(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헌법 개정 등 법률적 대책을 주문하며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또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영토 조항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전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8~9일 군수공장을 방문해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하며 초토화를 얘기하더니 보름 사이 벌써 세 번째 대한민국을 ‘타자화’하고 전쟁 가능성을 내비치며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

남한과의 단절 기조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김 위원장은 재차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동족, 동질관계로서의 북남조, 우리 민족끼리, 평화통일 등의 상징으로 비쳐질 수 있는 과거 시대의 잔여물들을 처리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지시했다.

북한의 이런 대적 기조는 북한 청년 세대들의 남한화에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한 문화 유입이 체제를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는 게 북한 정권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주민 불만을 외부로 돌려 내부 결속력을 높이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내적으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려서 대남 적개심을 고취해야 하는 내부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尹대통령 “도발 시 강력 대응 방침”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통령실에서도 맞불을 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새해 두 번째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을 ‘반민족적·반역사적 집단’이라고 거칠게 평가하며 도발 시 강력 응징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이어 지난 연말 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언급도 상기하면서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며 “‘전쟁이냐 평화냐’ 협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아침 기사를 보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며 김 위원장의 전날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발언도 직접 겨눴다. 다만 김 위원장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의 맞대응 발언을 두고 북한의 공세가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일각의 풀이도 나오지만, 남측도 그간 강경한 대북정책에다 최근에는 최후의 안전핀인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사실상 유발하는 등 한몫했다는 점에서 대응에 맞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되려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전문가의 진단도 나온다.

남북이 ‘적대적 의존성’ 관계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전문가는 “북한 정권도 마찬가지지만 극우‧보수를 지배하는 정서가 공포다. 두려움을 통해 누군가를 추종하게 만드는 게 보수의 정서고 이것이 일종의 지지기반이 되는 것”이라며 “공포 조장으로 이득을 얻는 세력이 있는데 대통령의 강한 발언은 그런 과정으로 봐진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공포를 조장하려면 해꼬지를 하는 세력(상대방)을 상정해야 한다. 그래서 맨날 북한 중국, 외국인 노동자 등 혐오 세력 얘기를 꺼내는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이런 식으로 공포심을 조장해서 지지 세력을 규합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공포가 생기면 공포를 조장하는 상대방을 혐오하게 된다”면서 “이 정부가 이를 이용하려 드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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