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영 부산의대 교수 논문
발견까지 평균 26.6일 걸려
10건 중 5건은 약물중독死
“알코올·약물 등 대책 필요”

고독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독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고독사’가 대표적인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가운데 남성이 여성보다 5배 이상 많고, 평균 연령별로는 50대가 가장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독사로 숨진 사람은 평균 26일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독사’ 예방을 위해서는 기존 취약계층 사회연결망 강화 정책뿐만 아니라 약물·알코올 장애와 연관한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가 최근 발행한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제43권 제4호)를 보면, 나주영 부산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의 ‘법의부검 자료를 통한 대한민국 고독사에 관한 고찰’ 논문이 실렸다.

법의학적 측면에서 고독사를 분석한 첫 연구다. 고독사란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기간을 고려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시행한 664건의 법의부검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고독사 사망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2021년 고독사 발생 건수는 총 1만 5066건이었으며, 5년 사이 연평균 8.8%씩 증가했다. 2017∼2021년 국내 고독사 수는 2412명→3048명→2949명→3279명→3378명으로 늘었다.

나 교수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시행한 664건의 법의부검 자료를 바탕으로 자료 분석 결과 사망 후 3일 이상 지난 뒤 발견된 고독사 사례는 128건(19.3%)이었다. 남성(108명)이 여성(20명)보다 5배 이상 많았다.

나이대는 50대가 51명(39.8%)을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30명, 23.4%), 40대(28명, 21.9%) 순이었다. 이혼이나 별거 상태였던 사례가 약 절반을 차지하는 등 전통적인 가족 구조가 파괴됐을 때 고독사가 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 후 고독사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평균 기간은 26.6일이었고 숨진 뒤 1주일 이상의 기간이 지난 뒤 발견된 사례만 보면 80건(62.5%)으로 평균 기간은 39.9일이었다. 변색과 팽창되는 부패 단계에서 시신이 주로 발견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발견은 주로 이웃이나 건물관리인, 임대인 등에 의해 이뤄졌으며, 가족이 발견하는 경우에는 평균 17.6일이 걸렸다. 알코올과 고독사 간의 관련성도 분석됐는데, 고독사 사망자 중 63%에서 0.03%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가 확인됐다.

0.03%는 현행법상 음주운전 단속 기준으로 자제력 상실, 판단력 감소 등으로 인해 술에 취한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고독사 사망자들에게서 검출된 평균 알코올농도는 0.074%였다. 생전 사회적 고립 이유가 알코올 관련 문제로 파악된 사례도 43명에 달했다. 이 중 10명은 부검에서 사인이 파악됐는데 간경변증, 급성알코올중독, 만성알코올중독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 교수는 “고독사와 알코올 장애에 대한 상호 유기적인 사회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0건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고독사 중 5명은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다며 약물 처방의 통합적 관리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밖에도 나 교수는 “고독사의 정의와 시신 발견까지의 기간에 대한 명확하지 않다”며 “시신의 부패 여부가 아닌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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