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당, 첫 12년 연속 집권

[타이베이=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평가되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 독립 성향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13일 타이베이 민진당사 밖에서 열린 선거 승리 집회에 러닝 메이트 샤오메이친이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타이베이=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평가되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 독립 성향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13일 타이베이 민진당사 밖에서 열린 선거 승리 집회에 러닝 메이트 샤오메이친이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구촌 선거의 해’ 시작을 알린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대선)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친미·독립 성향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민진당 후보를 뽑지 말라는 중국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대만인 수백만명은 지난 13일 투표장에 향했다. 그리고 의사 출신 정치인인 라이칭더 부총통(64)을 선택했다. 여론조사에서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기도 했지만 민진당이 예상보다 훨씬 큰 차이(약 91만표)로 승리했다. 민진당의 전례 없는 3선 연임이다.

대만 유권자들은 지난 8년 동안 대만에 대한 위협을 강화해 온 중국의 공세 속 치러진 선거에서 다시 한번 민진당을 택한 것이다. 이번 선거가 미중 대리전으로 평가되면서 향후 대만해협 등을 둘러싼 미중 긴장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집권 공산당은 대만을 직접적으로 지배한 적이 없지만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대만에서 마지막으로 정권이 교체된 2016년 당시 중국은 대만과의 통신을 대부분 차단하고 이후 몇 년 동안 대만에 대한 경제·외교·군사적 압력을 크게 강화해 대만해협을 세계의 주요 지정학적 화약고 중 하나로 만들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대만 문제를 대를 이어 대물림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며며 이를 ‘국가 부흥’이라는 세기 중반의 목표와 연결시켜 왔다.

라이 당선인은 자신이 전임자인 차이잉원 총통의 8년 임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연설에도 그는 신중하게 단어를 선택하며 대화와 협력을 제안했다. 동시에 라이 당선인은 차이 총통보다 더 급진적 인물로 평가받는 만큼 오는 5월 취임 연설 등이 중국의 대응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유세에서 그는 “대만은 이미 독립된 주권 국가이기 때문에 독립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수없이 강조하기도 했다. 라이 당선인의 러닝메이트이자 차기 부총통이 될 샤오메이친 역시 중국 정부의 깊은 혐오와 불신을 받고 있다. 심지어 중국은 두 사람에 대한 중국 본토와 홍콩 여행금지를 조치하기도 했다.

대서양위원회 글로벌 중국 허브 연구원 웬티 성은 CNN에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향후 4년간의 양안 협상을 위한 조건을 설정하기 위해 최대한의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불만 표시로 차기 민진당 행정부를 비판하는 강렬한 외교적 수사, 표적 수출에 대한 경제 제재, 더 잦은 군사적 수단 사용 등을 예상했다. 

[타이페이=AP/뉴시스] 대만 집권여당 민주진보당 지지자들이 13일 대만 타이페이시에서 라이칭더 후보 총통 당선에 기뻐하고 있다.
[타이페이=AP/뉴시스] 대만 집권여당 민주진보당 지지자들이 13일 대만 타이페이시에서 라이칭더 후보 총통 당선에 기뻐하고 있다.

◆민진당, 의회 과반 확보는 실패

친중 제1 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의 패배 요인으로는 젊은 유권자들이 점점 더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꼽힌다. 다만 집값 상승, 임금 정체, 일자리 감소로 인해 젊은 유권자들이 민진당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도 사실이다.

이에 이날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진당이 과반의석 달성에 실패했다.

민진당은 의석 총 113석 중 51석을 얻는데 그쳐 과반의석(57석)을 획득하지 못했다. 이전까지 민진당은 61석으로 의회 다수당이었다. 국민당은 전보다 14석 늘어난 52석을 얻어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했지만 여전히 과반의석에 미치지 못했고, 8석을 얻은 제2 야당 중도 민중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 당선인의 임기 평가는 중국의 위협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 치러지는 또 다른 선거에 의해 결정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백악관에 복귀한다면 매우 다른 종류의 동맹을 맞이할 수도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관례에 따라 조만간 비공식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해 차기 정부와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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