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환불부터 단속도 시행
​​​​​​​예매 방식은 추첨제로 전환
허술한 처벌법 논란 잇따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암표 공연이 너무 많아서 공연 예매분 전부 취소합니다.”

지난 1일 싱어송라이터 장범준은 2월 1일까지 예정됐던 소극장 콘서트를 앞두고 전체 티켓을 취소하는 초강수 결정을 내렸다. 티켓 판매가 시작된 지 10분도 채 안돼서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 정가의 3배가 넘는 암표들이 올라온 것이다. 며칠 후 장범준은 예매 방식을 추첨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가수들, 암표와의 전쟁 선포

8일 가요계에 따르면, 새해 벽두부터 암표 문제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리 티켓팅인 ‘댈티’, 아이디를 옮긴다는 뜻의 ‘아옮’ 등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티켓 가격을 부풀려 되파는 행위가 잇따르자 보다 못한 가수들은 직접 암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이달 19일 콘서트를 여는 가수 우즈(본명 조승연)는 소속사를 통해 암표 근절을 공지했다. ‘매크로(자동입력반복)’ 등 부정한 방식으로 예매하거나 거래 사이트, 개인 소셜미디어 등 매매한 티켓은 모두 부정 거래로 간주하고 예매 취소나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콘서트 소식이 나오면 ‘피켓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 대란이 벌어지는 가수 임영웅 측도 암표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콘서트 티켓 한 장이 550만원에 되팔리는 등 논란이 일자, 소속사 측은 암표 거래를 통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와 당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가수 아이유는 암표 거래 신고자에게 해당 티켓을 보상하는 ‘암행어사 제도’를 도입하는가 하면, 지난해 연말 콘서트를 연 가수 성시경의 소속사는 암표 거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1인당 1매씩 현장 판매를 실시했다.

◆암표 신고 건수 매년 증가

암표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암표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 2021년 785건에서 2022년 4244건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레이블음악산업협회의 ‘공연예매 및 암표 거래에 대한 이용자 의견 조사’ 온라인 설문 분석 자료에 따르면, 암표 구매 경험은 만 19~29세가 32.80%로 가장 많았고, 30~39세는 25%, 40~49세는 25%, 50~59세가 19.2%, 60세 이상이 12.9% 등으로 나타났다. 암표 구매 시 추가 금액을 50만원 이상 지불한 연령대는 19~29세가 2.6%로 유일했다.

◆“암표 근절 캠페인 등 필요”

현행법상 암표는 ‘경범죄처벌법’의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법이 규정하는 암표 범위는 공연장, 경기장 등 오프라인에서 거래되는 티켓이어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처벌 수위가 20만원 이하의 가벼운 벌금형 수준이며, 온라인상의 거래 자체는 처벌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공연법을 오는 3월 실시하지만 일각에서는 암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 크다.

어떤 표가 매크로를 사용한 것이고 어떤 표가 사람이 직접 예매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고, 범죄 수익에 비해 처벌 수위도 낮다는 것이다.

또한 공연법 개정안이기에 스포츠나 다른 분야에서의 불법 온라인 암표 매매 행위를 적발하거나 처벌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에서 300만원짜리 암표가 등장했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도 10만원짜리 좌석을 20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게재된 바 있다.

배성희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최근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경범죄 처벌법에서 암표 매매 금지 장소의 범위에 온라인 공간을 추가해야 한다”면서 “온라인 암표의 규제 근거가 마련돼도 실효적인 규제를 위해 경찰의 적극적인 단속과 처벌이 필수적이고, 암표 근절 캠페인 등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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