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강제추행’ 87%로 가장 많아
성범죄 사유로 자격정지 4명 불과

약물에 취해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 염모씨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약물에 취해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 염모씨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최근 5년간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가 8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의사 793명(한의사·치과의사 포함)이 성범죄를 저질러 검거됐다.

이중 ‘강간·강제추행’으로 검거된 의사가 689명(86.9%)으로 가장 많았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불법촬영)’은 80명(10.1%), ‘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는 19건(2.4%),‘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은 5명(0.6%) 순이었다.

연도별로 2018년 163명, 2019년 147명, 2020년 155명, 2021년 168명, 2022년 160명으로 연간 평균 159명꼴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성형외과 전직 원장 40대 의사 염모씨는 지난 8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치료 목적 외의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처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환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드러나 충격을 줬다.

경찰은 염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작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마취 상태인 여성 환자 10여명을 불법촬영하고 일부 환자는 성폭행한 정황을 포착했다.

올해 초에는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2021년부터 전공의와 간호사 등 10여명을 상습 성추행 또는 성희롱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 교수는 5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고 지난 9월 복직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회도 법을 개정해 의료인 면허 규제를 손질했다. 지난 11월 시행된 개정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이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기존에는 의료 관련 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내려졌을 때만 면허가 취소됐다.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했을 때 자격정지를 할 수 있게만 규정돼 있었는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성범죄를 사유로 자격이 정지된 사례는 4명에 불과했으며 처분 역시 자격정지 1개월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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