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풍요를 상징하는 계묘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따라 예상치 못한 폭우에 피해를 입은 곳도 있었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시민들 먹거리에도 빨간불이 켜져 여전히 불안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국 수산물시장 중 강원도 주문진·속초, 전북, 전남 여수 등을 찾아 상인과 시민들이 느낀 올해 가장 큰 이슈와 새해 바람에 대해 들어봤다.

연말연시 한산한 수산시장 올해 가장 기억 남는 일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영향

관광객 줄어들고 어려워져

물가 상승에 더 힘든 상황

 

매출 조금씩 상승 회복 기대

관광객 많이 와서 활성화되길

내년엔 대박나는 한 해 됐으면

[천지일보 강원=이현복 기자] 지난 25일 강원도 강릉 주문진 수산시장의 모습. ⓒ천지일보 2023.12.29.
[천지일보 강원=이현복 기자] 지난 25일 강원도 강릉 주문진 수산시장의 모습. ⓒ천지일보 2023.12.29.

[천지일보=전국특별취재팀] 강원도 강릉 주문진 수산시장은 신선한 해산물을 바로바로 접할 수 있는 전국 유명 수산시장 중 한 곳이다. 그러나 이곳 상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보다도 더 춥고 더 힘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 가장 핫한 이슈에 대해 상인들은 입모아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라고 말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횟집을 운영하는 김혁진(가명, 50대, 남)씨는 “방류수 터지고 난 후부터 관광객도 많이 줄었다”며 “상황이 어려워지긴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어쩔 수 없지 않나”며 “그래도 새해에는 장사가 좀 잘됐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오시는 손님들이 처음엔 많이 불안해했는데 지금은 많이 잊히기도 하고 안정화되면서 인식이 좀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 횟집이나 가게에서는 방사능 수치검사기를 직접 준비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씨는 “웬만한 곳은 다 가지고 있다”며 “손님이 물어보면 그 자리에서 직접 측정해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대안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나”며 “수산물을 안전하게 믿고 드시도록 눈앞에서 바로 측정해 확인시켜드리니 손님들도 안심하고 굉장히 반응이 좋다”고 뿌듯해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는 “매출을 따져본다면 지금은 버티는 것이 답”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좀 좋아지지 않을까 하고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고 답했다.

연말연시임에도 손님이 너무 없어 한산해 보였다. 김씨는 “오염수 사태가 터진 후 매출이 급격하게 차이가 많이 났다”며 “10으로 따진다면 4 정도로 코로나19 때보다 매출이 더 줄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지난 10월부터 조금씩 오르고 있어 회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새해 바라는 점에 대해서 김씨는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를 내후년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인 조치를 해주면 좋겠다”며 “더 좋은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바랐다.

[천지일보 강원=이현복 기자] 주문진의 한 건어물가게에 찾는 이가 보이지 않고 한산한 분위기다. ⓒ천지일보 2023.12.29.
[천지일보 강원=이현복 기자] 주문진의 한 건어물가게에 찾는 이가 보이지 않고 한산한 분위기다. ⓒ천지일보 2023.12.29.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는 이창호(가명, 60대, 남)씨는 “주문진 상권 자체가 아예 무너졌다”며 푸념부터 했다. 이씨는 “주문진뿐만 아니라 동해안 상권까지 무너진 이유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문”이라고 터놓았다. 그는 “주문진이나 동해에 손님들이 오는 이유가 싱싱한 해산물을 먹으려고 오는 것인데 오염수 방류로 인해 방문 자체를 하지 않고 안 먹게 되니 당연한 상황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염수가 방류됐다고 금방 오는 것도 아니고 냉동수산물은 이미 저장된 것이라 상관없는 것인데도 사람들 생각에서 비롯된 사태”라고 지적했다. 또 “바닷물 흐름에 따라 오염수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아야 하고 5년 후, 10년 후 물의 흐름이 태풍 등 자연으로 인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데 벌써부터 수산물을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휑한 매장 안을 손으로 가리키며 “그것(오염수)으로 인해 사람들도 보시다시피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관광도시니까 손님이 와야 물건도 팔고 서로 이득을 보는데 일본 오염수 원인으로 사람 발길이 끊기니 화폐가 돌지 않고 소비를 하지 않으니 지역은 점점 죽어갈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이곳뿐만 아니라 전국이 다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 강원=이현복 기자] 강원도 강릉 주문진 수산시장에서 손님들이 생선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3.12.29.
[천지일보 강원=이현복 기자] 강원도 강릉 주문진 수산시장에서 손님들이 생선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3.12.29.

새해 소망에 대해 이씨는 “너무 절망적”이라며 “코로나19 때 대출받은 것도 내년이 상환이라 갚아야 하는데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때는 더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씨는 “오히려 지금이 더 어렵고 힘들다”며 “코로나19 때 1억을 벌었다면 지금은 4000만원 정도로 벌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경기가 엄청 안 좋다”고 답했다. 그는 “관광객이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로 더 나가는 분위기라 매출이 매우 저조하다”고 강조하며 “언론 매체, 방송 등을 통해 오염수 때문에 수산물을 먹으면 안 된다는 쪽으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벌써부터 오염수를 무서워하면서 수산물을 거부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피력했다.

강원도 속초 수산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속초 영금정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정보선(68, 남)씨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어민들의 수입도 작년보다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정씨도 새해 소망에 대해 “관광객이 많이 와서 바닷가 횟집 상권이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속초 동명항에서 고기잡이하는 장호석(가명, 79, 남)씨는 “강한 한파에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까지 피해가 너무 크다”며 “기름값도 너무 올라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장씨는 “그전에는 하루 장이라도 서면 바다에서 바로 잡아 온 자연산 물고기를 팔 수 있을 정도로 손님들이 몰렸다”며 “지금은 관광객도 줄고 찾는 이도 없어 가격 또한 바닥을 치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장씨는 “나이 많은 우리는 그렇다 치고 뱃일하는 젊은이들의 앞날이 걱정된다”며 “새해에는 제발 관광객도 다시 찾아오고, 젊은 어부들의 꿈도 이뤄졌으면 간절히 바라본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여수 건어물 시장에 손님이 없어 한산해 보인다. ⓒ천지일보 2023.12.29.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여수 건어물 시장에 손님이 없어 한산해 보인다. ⓒ천지일보 2023.12.29.

동해안에서는 조금 떨어진 전북 내륙지방의 상황은 어떠할까. 전북 전주시의 모래내시장을 본지가 찾았다. 한파 탓인지 사람들은 두꺼운 옷을 켜켜이 껴입었고, 상인들은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삼삼오오 작은 난로 주위에 둘러서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대로변을 따라 늘어선 상가와 시장 입구는 오가는 사람들로 인해 항상 좁아 보이기 일쑤였는데 한산한 모습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공간이 넓어 보이기까지 했다. 다행히 시장 곳곳 생선가게에서는 흥정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30년간 홍어를 팔고 있다는 오정례(61, 여)씨는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인해 사람들이 생선을 사지 않아 힘들었다”며 “최근에는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어 그나마 손님이 조금 있는 편”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오씨는 “환급행사가 끝난 후에는 어떨지 모르겠다”며 “홍어를 많이 팔았었다. 재우고 물을 빼는 과정이 3일을 거쳐야 해 얼마나 준비할지 알 수 없어 더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장사하며 먹고 살았는데 다른 걸 할 수도 없고 장사가 잘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지난 25일 전남 여수 교동시장의 모습. ⓒ천지일보 2023.12.29.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지난 25일 전남 여수 교동시장의 모습. ⓒ천지일보 2023.12.29.

전남 여수의 수산물특화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산하다 못해 휑한 모습에 걱정부터 앞섰다.

건어물을 판매하는 정명숙(60대, 여)씨는 “처음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했을 때는 사재기하느라 장사가 오히려 좀 됐었다”며 “지금은 춥기도 하고 판매 자체가 안 된다. 꽁꽁 얼었다”고 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침 일찍 장이 서는 여수 교동시장은 더했다. 파장 분위기에 가까울 정도로 찬 바람이 불었다. 떡 장사를 하는 김미영(가명, 40대, 여)씨는 점포를 닫으려고 떡을 1000원을 할인해 팔고 있었다. 김씨는 “경기가 너무 안 좋다”며 “아직 물건을 다 팔지 못한 할머니들은 장사하고 있지만 이런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오후에 친정에 가려고 일찍 장을 보러 왔다는 이명희(가명, 38, 여수 화장동)씨는 “올해 전쟁 소식과 서이초 교사 소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경제도 회복이 돼야 할 텐데 아이 가진 부모로 새해엔 좋은 소식만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전 서구 괴정동에 있는 한민전통시장 수산물가게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9.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전 서구 괴정동에 있는 한민전통시장 수산물가게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9.

한편 대전의 한민전통시장의 경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걱정했던 것보다 큰 영향이 없어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이곳에서도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수산물을 파는 박순자(가명, 70대, 여)씨는 “새해에는 더 많은 손님이 몰려왔으면 좋겠다”며 “모두가 대박 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손자, 손녀에게 용돈 넉넉히 주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미소를 보였다.

(이현복, 이봉화, 김동현, 김지현 기자)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