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걸어온 학자의 길
여의도 입문 기회 많았으나
제자 양성에 온 역량 쏟아내
“정경 학교로 통합 정치 구상”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12일 국회 입법조사처장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12일 국회 입법조사처장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12.

[천지일보=김민철 기자] “우리나라는 정치하고 경제 분야 전문가가 영향력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비중 있는 사람들이 학생이 돼서 이 사람들이 토론할 수 있고 하나의 정치·경제 학교를 만들어야 해요.”

4년마다 한번씩 국민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은 국회 구성원으로 법령을 제정, 비준, 개정 또는 폐지하고 국정운영을 감시·통제하는 국회 권한 행사에 참여한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의 모습을 살펴보면 뽑아준 국민을 위한 행보보다는 자신 앞날을 위한 모습, 당리당략이 판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러한 정치권의 생리를 가까이에서 보고 이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가 있다. 바로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다.

1959년생 전남 순천 출신의 박 처장은 3남 2녀 중 셋째로 성균관대학교 법학 학사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그는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장·통일교육선도대학추진사업단장, 미국헌법학회장, 새시대전략연구소장, 한반도전략연구원 이사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12일 국회 입법조사처장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12일 국회 입법조사처장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12.

박 처장은 본격적인 학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 배경에는 스승님들의 도움이 컸다. 그의 할아버지 지도 교수인 고(故) 문홍주 박사가 과거 법제처장을 맡았는데 박 처장은 법제연구원 제안을 받았었다. 문 박사는 박정희 정부 당시 문교부 장관을 맡은 인물이다.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 못 지킨 사람은 잘 못 살아야 한다. 그래서 법은 현실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서 이 법을 만들면 어떤 효과가 있다는 것을 검토해야 된다.”

박 처장은 법제연구원 가운데 생활하면서 법치주의를 이렇게 정의했다고 회상했다.

박 처장이 본격적인 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도 있었다. 바로 그가 1997년 집권당 새정치국민회의 법무관을 맡았던 시기였다. 박 처장은 “그때 여의도 정치를 다 봤다”며 “정당의 공천 과정 문제점, 당 운영의 비과학성을 보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일련의 과정 가운데 현실 정치에 입문하지 않고 학계에서 제자 양성에 더 힘을 쏟았다고 했다. 당시 박 처장은 수년간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토론을 했었지만 교수, 학자라는 마음으로 제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강했다고 회상했다.

박 처장은 “그걸(공중파 방송 출연) 쭉 해오면서 그 삶이 상당히 오래 갔던 것 같다. 현실 정치에 완전히 들어가 버릴 수도 있었고 들어가면 못 나온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학계에서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경기대 측에서 부총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애들 학위 주는 일에 주로 관심이 있었지 큰 욕심이 없었다”며 “오랫동안 경기대에서 일하다 보니 부총장직을 맡게 됐다”고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12일 국회 입법조사처장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12일 국회 입법조사처장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12.

박 처장은 부총장을 지내면서 학생들 인재 양성을 위한 경기대 총장까지 준비한 가운데 정치권의 국회입법조사처장직 응모 제안이 왔었다. 당시 그는 더 넓은 시야를 보기 위해 처장직을 선택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올해 4월 7일 처장직을 취임하면서 국회입법조사처를 국민이 보기에 더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도록 노력했다. 특히 유용한 뼈대는 유지하되 입법 영향 분석 등을 통해 의원 입법 발의가 난무하는 것을 자제하고 국민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입법을 만들 수 있는 제도 장치 구성 등을 주로 추진했다.

통상 국회입법조사처장은 국회의장이 임명하는 자리로 자신을 임명한 국회의장이 물러날 경우 처장 또한 물러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박 처장은 향후 정치·경제 학교를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시대는 앞으로 전문가 시대라고 본다. 곳곳의 전문가가 우리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비중 있는 사람들이 학생이 돼서 토론하고 하나의 정경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조사처에서 좋은 마무리를 하고 이 마무리 이후 새로운 출발, 정경 학교를 제대로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박 처장은 정경 학교를 통해 민주시민교육, 정치 개혁 입법, 상생의 경제 성장, 발전적 북한 정책이 순차적으로 이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분열된 정치가 아닌 통합 정치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12일 국회 입법조사처장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12일 국회 입법조사처장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12.

그는 “대한민국을 살리고 부흥하는 길은 통합 정치밖에 없다”며 “서로 다른 상대방 진영을 인정하고 토론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 정신이 절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처장은 이같이 학자로서 길을 흔들리지 않고 묵묵하게 걸어올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부모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렸을 적에 자존심, 자부심 이런 게 강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아버지 어머니가 자랑스러워하고 무조건 믿어주는 게 상당히 중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 자제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어렸을 적에 유혹 거리가 엄청 많았는데 아버지 어머니가 나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박 처장은 가훈을 ‘멋’으로 정했다. 그는 멋이라는 단어에 순간의 이익과 편함을 위하는 것이 아니고 꿋꿋하게 참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의미가 내포됐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으로 좌우명도 ‘너에게 신뢰와 희망을 주고 나는 명예와 자유를 갖는다’는 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공과 사는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는 것을 넘어 공과 사가 하나가 돼야 하는 게 소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적인 일도 내 일 같이 올인하고 사적인 일도 공적인 논리와 원칙이 있어야 한다. 또한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는 게 자연스럽게 소신이 된다. 소신이 굳어지니 무책임한 말을 안 하게 되고 다 실천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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